|2026.03.03 (월)

재경일보

트럼프 행정부 “에너지 충격 단기적” vs 에너지업계 “위기 과소평가”

장선희 기자

미국 정부는 미·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시장 혼란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에너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위기의 심각성이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훨씬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 트럼프 정부의 "단기적 혼란" vs CEO들의 "현실 부정"

2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혼란을 "단기적 현상"이라고 일축하며 몇 주 내에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그러나 현장의 CEO들은 금융 시장이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쟁이 전 세계 연료 공급망을 마비시키고 중동 내 산업 기반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 전략적 모호함에 대한 업계의 불만과 투자 불확실성

에너지 기업 경영진들은 정부의 근거 없는 낙관론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정부가 심화되는 위기에서 벗어날 일관된 출구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채, 대통령의 '트윗' 하나에 요동치는 시장 변동성만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너지 투자사인 키머리지(Kimmeridge) 측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메시지가 원자재와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환경에서는 어떤 지능적인 투자 결정도 내리기 어렵다"며 정부의 소통 방식을 직격했다.

▲ 전 세계로 번지는 물리적 타격… 아시아발 공급망 붕괴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여파는 이미 실물 경제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은 3월 연료 수출을 금지했고, 한국은 가솔린 차량 운행 제한 조치를 시행했으며, 필리핀과 라오스 등지에서는 연료 부족으로 인해 학교 수업 일수를 줄이거나 저품질 연료를 사용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셰브론(Chevron)의 마이크 워스 CEO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한 물리적 타격이 전 세계 시스템으로 번지고 있으며, 이는 시장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해협 통행이 차단된 매주 전 세계는 약 7,000만 배럴의 원유와 반도체·의료기기 제조에 필수적인 가스 자원을 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제공]

▲ 미국 내륙으로 확산되는 위기… 캘리포니아 연료난 비상

에너지 전문가들은 아시아를 덮친 위기가 조만간 유럽과 미국 서부 해안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유의 75%, 항공유의 20%를 수입에 의존하는 캘리포니아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지속될 경우 심각한 연료 부족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정유 시설들이 비축유를 소진하고 생산 감축에 들어가면서 캘리포니아가 의존하는 연료 수급은 향후 몇 달 내에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가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고 있으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 증산 압박과 구조적 한계… "결국 외교적 해결이 유일한 길"

트럼프 정부는 엑슨모빌, 셰브론 등 주요 석유 기업에 서반구 지역의 생산 확대를 독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의 가스관 용량 제한 등 구조적 한계로 인해 단기간 내 추가 증산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LNG 수출업체들 역시 이미 풀가동 상태여서 "더 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반응이다.

업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이란과의 조속한 협상 및 휴전을 제시하고 있다. 해협 안정화 없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정상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넥스트디케이드(NextDecade)의 맷 샤츠먼 CEO는 "가장 빠른 해결책은 이란과 자리에 앉아 가능한 한 빨리 휴전에 합의하고 해협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뿐"이라며 외교적 결단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