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나프타 재고 2주, 공장 셧다운 현실화 ... 중동發 석유화학 산업 연쇄 위기

음영태 기자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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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으로 핵심 원료 나프타 수급난이 심화되며 국내 석유화학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있다. LG화학은 여수 2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나프타 가격은 톤당 1100달러를 돌파하며 4월 이후 전방위 산업의 연쇄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긴급 수급 조정 명령을 검토 중이다.

▲ 석유화학 핵심 원료, 나프타 공급 대란 현실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공급망을 강타하고 있다. 국내 수입 나프타의 54%와 원유 수입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에서, 해협 봉쇄는 나프타 공급을 사실상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평균 2주치 수준에 불과하며, 일부 기업은 보름치 재고로 버티는 상황이다. 중동 사태 이전 톤당 약 637달러 수준이던 국제 나프타 가격은 최근 1161달러까지 치솟으며 80% 이상의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원가 상승을 넘어 산업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 NCC 공장 가동률 급감, 셧다운 도미노 시작

나프타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의 '산업의 쌀'로 불린다. 이 기초 유분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고무, 포장재 등 거의 모든 제조업의 핵심 원료로 사용된다. 나프타 수급 불안정으로 국내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들은 가동률을 대폭 낮추고 있다. 한 업체는 기존 85%에서 60%대로 가동률을 축소했으며, 여수, 대산, 울산 등 주요 NCC 단지의 가동률은 50~60% 수준까지 하락했다. 특히 LG화학은 지난 23일 전남 여수 2공장(연산 에틸렌 80만톤 규모)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며 중동발 나프타 쇼크의 현실화를 알렸다. 롯데케미칼 역시 대산공장 NCC 가동률을 기존 80%에서 7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며, 여수 공장의 정기 보수 일정을 약 3주 앞당기는 등 생산 조정을 단행했다. 여천NCC 또한 원료 조달 차질을 이유로 고객사에 제품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통보했다. 현재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값)는 톤당 24달러 수준으로, 손익분기점인 300달러에 크게 못 미쳐 '생산할수록 손해'인 역마진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 전방위 산업계로 확산되는 연쇄 생산 차질 우려

나프타 대란의 파장은 석유화학 산업을 넘어 자동차, 섬유, 건설, 식품 등 전방위 산업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대구 지역 섬유업계는 중국발 원사 가격 30~40% 급등과 공급 불안으로 재고가 바닥나고 있으며, 다음 달에는 판매 가능한 물량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도 차량 내장재의 주요 소재인 ABS 등 플라스틱 수지 기반 부품 공급 차질을 걱정하고 있다. 라면 등 식품 업계는 포장재(PE, PP, PET) 원료 수급 불안정으로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재고로 버티고 있으나 중장기적 공급난에 긴장하고 있다. 조선업계 역시 철강 절단에 필수적인 에틸렌 가스 재고가 20일치에 불과해 선박 건조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축 자재 또한 폴리염화비닐(PVC) 및 단열재 등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하므로, 수급난이 발생할 경우 건설 현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정부, 경제 안보 품목 지정 및 긴급 대응 모색

정부는 이번 나프타 수급난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8일 나프타를 '경제안보품목'으로 한시 지정하고, 국내 정유사들과 협의하여 나프타 수출 물량의 국내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내 나프타 공급의 약 55%를 차지하는 정유사들의 협력을 통해 부족한 물량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또한, 긴급 수급 조정 명령 발동을 포함한 다양한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피해 기업에는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셧다운이 시작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정부의 신속하고 실질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국내 산업계의 나프타 공급 불안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프타 등 핵심 원료의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량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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