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군사 작전 4주 차,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글로벌 석유 공급의 20%인 800만 배럴이 차단되며 브렌트유가 112.19달러에 도달했다. 아시아 현물 시장에서는 오만유가 162달러를 기록하며 선물 가격과의 격차가 40달러까지 벌어지는 등 실물 수급 붕괴에 따른 '가격 분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종이 시장과 실물 시장의 단절 및 현물 프리미엄 급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내 군사 작전이 3주를 경과하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2월 28일 분쟁 개시 이후 상승 폭은 50%를 넘어섰으며, 지난주 금요일 브렌트유 선물은 112.1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지표상의 선물 가격보다 실제 정유사가 지불하는 현물 가격의 상승세가 훨씬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칼라일 그룹에 따르면 현재 원유 시장은 이른바 '종이 시장(선물)'과 현물 시장이 완전히 분리된 상태로,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충격을 반영하고 있다.
실질적인 원유 수급의 척도인 아시아 현물 시장 지표는 선물 가격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오만산 벤치마크 원유는 지난주 배럴당 162달러를 돌파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의 무르반 원유 역시 145달러 선을 넘어섰다. 아시아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 연계 원유는 138~140달러 사이에서 형성되어, 선물 가격 대비 프리미엄이 전쟁 전 1달러 미만에서 현재 40달러 수준으로 폭등했다. 이는 정유사들이 물리적으로 고갈된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제유 급등에 따른 산업계 타격과 인플레이션 압박
원유 가격 상승보다 심각한 지점은 정제유 제품의 가격 폭등이다. 싱가포르 제트연료 가격은 114% 급등하며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섰고, 이는 항공업계의 가중된 비용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United Airlines)은 현 가격대가 유지될 경우 연간 연료 비용이 110억 달러 추가될 것으로 분석하고 배럴당 175달러 수준의 고유가 장기화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미국 내 실물 경제 지표도 악화 일로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 경유는 5달러를 넘어섰으며, 캘리포니아 지역은 5.66달러를 기록하며 가계 소비를 압박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번 주 금리를 동결했으나, 에너지 가격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경제적 불확실성을 공식화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을 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대응 한계와 시장 전망
미국 정부는 유가 억제를 위해 전략비축유(SPR) 4억 배럴 방출, 러시아산 석유 제재 완화, 이란산 원유 제재의 전략적 부분 해제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러한 조치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 BP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프 룰은 미 행정부의 유가 안정화 무기고가 거의 소진되었으며, 물리적 피해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 한 추가적인 하락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전쟁 지속 시 유가가 2008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47.5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우드 매켄지는 브렌트유 150~200달러 도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전투 지속 및 해협 폐쇄 유지를 공언함에 따라 리스크 프리미엄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에너지 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 징후가 포착되는 가운데, 시장은 제한적인 교전 종료 가능성보다는 에너지 위기의 심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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