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석유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를 전달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15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손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의 CEO들은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더그 버검 내무장관과의 대화에서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 차질이 국제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 “유가 더 오를 수 있다”…정제연료 공급 부족 가능성
회의에서 엑손모빌의 대런 우즈 CEO는 투기 자본이 시장에 유입될 경우 유가가 현재보다 더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정제 석유 제품 공급 부족 가능성도 제기했다.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CEO와 코노코필립스의 라이언 랜스 CEO 역시 호르무즈 해협 차질의 규모와 영향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국제 유가는 회의가 열린 수요일 배럴당 87달러에서 금요일 99달러까지 상승하며 시장 불안을 반영했다.
▲ 백악관, 유가 안정 위한 비상 대응 검토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여러 정책 대응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추가 완화, 대규모 전략 비축유 방출, 미국 항구 간 원유 운송을 제한하는 법률의 일시 면제, 베네수엘라와 미국 간 원유 교역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다.
버검 내무장관은 정부가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에너지 기업들과 24시간 협력하고 있다”라고 밝혔으며, 에너지부 역시 공급 차질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해결책은 결국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그러나 석유업계 내부에서는 현재 정책 대응만으로는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원유 및 LNG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텍사스 기반 석유회사 엘리베이션 리소스의 스티븐 프루엣 CEO는 “세계 경제는 배럴당 120달러 유가를 감당할 필요가 없다”라며 “이런 수준의 유가는 결국 경제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 행정부도 “가격 상승 불가피” 인정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단기간 내 유가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위 당국자는 유가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응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 국방부는 군사적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 수 있는 옵션이 존재하며, 행정부는 수개월이 아니라 수주 내 해결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란은 해협 주변에서 선박 공격을 확대하고 있으며, 국제 유가는 배럴당 약 99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 러시아 제재 완화·비축유 방출도 효과 제한
미국 정부는 최근 러시아 원유 제재 완화와 4억 배럴 규모의 역대 최대 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셰브론 CEO 워스는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위기 대응 훈련에서 항상 등장하는 시나리오가 바로 중동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시장은 매우 불안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 유가 상승, 석유업계에도 장기적으로는 부담
일부 석유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수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소비자 연료 소비 감소, 경기 둔화 이후 원유 가격 급락 등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미국 석유업계는 가격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붐과 붕괴 사이클’을 벗어나려 노력해 왔다.
▲ 트럼프 “유가 오르면 미국도 돈 번다” 발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를 다소 축소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우리가 많은 돈을 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속적인 고유가가 결국 수요 감소와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 베네수엘라 원유 카드 다시 부상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베네수엘라 원유 개발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와 베네수엘라 노후 유전 개발에 수십억 달러 투자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모빌은 이달 말 기술팀을 베네수엘라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활동 중인 미국 기업 셰브론은 현지 생산량이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고 추가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2007년 우고 차베스 정부의 자산 국유화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한 경험이 있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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