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낮게 책정하거나 미지급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제재와 현장조사에 나섰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단가 후려치기와 유통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노동자의 생존권과 공정 거래 질서를 위협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공공부문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수급사업자에게 서면을 발급하지 않거나 하도급 대금을 최저 입찰 금액보다 낮게 결정하는 등 악의적인 관행을 일삼은 업체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이는 원청 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전형적인 갑질 행위로 규정되어 엄중한 법적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
이번 조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수근종합건설은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본지의 분석에 따르면 수근종합건설은 '봄여름가을겨울아파트' 신축공사 중 습식 및 타일공사 등 3건을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하는 과정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4,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수근종합건설은 경쟁 입찰을 통해 수급사업자를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입찰 당시 제시된 최저가보다도 낮은 금액으로 대금을 확정했다. 또한 하도급 대금의 일부를 어음으로 지급하면서 발생한 어음할인료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부당한 특약을 설정해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공사 착공 전까지 서면 계약서를 발급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점은 하도급 거래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행위로 지목됐다.
▲ 하도급 대금 부당 삭감 및 건설업계 현장조사 강화
대형 건설사에 대한 공정위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공정위 하도급조사과는 최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대우건설이 하도급 대금을 미지급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관들은 관련 문서를 확보하고 실제 대금 지급 과정에서 부당한 삭감이나 지연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현장조사를 두고 공정위가 이른바 '사후 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이나 완료된 이후에 당초 계약된 금액보다 낮은 대금을 강요하거나, 각종 명목으로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는 수급사업자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건설사들의 하도급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통 및 물류 분야에서도 하도급 구조의 고질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편의점 씨유(CU)의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화물노동자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복잡한 '5단계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원청에서 시작된 업무가 여러 단계의 하청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배송노동자들의 처우는 극도로 악화되는 구조다.
▲ 다단계 구조에 갇힌 화물 노동자의 생존권
다단계 하도급의 끝단에 위치한 노동자들은 형식상 개인사업자 신분이지만, 실제로는 원청의 강력한 통제 하에 놓여 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거나 처우 개선을 요구할 때 원청은 하청 업체를 방패 삼아 직접적인 교섭을 거부하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계는 이러한 다단계 구조가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든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벌어진 원청의 하청 압박 행위가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만약 원청이 파업 등 노사 갈등 과정에서 하청 업체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거나 경영에 간섭했다면, 이는 하도급법상 경영 간섭 금지 조항에 해당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공정위는 하도급법의 관점에서 다단계 구조의 불법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공공부문부터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앞으로 공공부문에서 하도급(2차 도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이른바 '쪼개기 계약'을 통해 규제를 회피하는 행위에도 제동이 걸릴 예정이다. 정부는 도급계약 기간을 최소 2년 이상으로 보장해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꾀하고, 불필요한 다단계 구조로 인한 임금 삭감과 차별 대우를 방지할 계획이다.
▲ 공공부문 하도급 금지 및 제도 개선 전망
'적정 하도급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도 추진된다.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하도급 개선 실적을 반영해 실효성을 확보하고, 낙찰하한율 인상을 통해 적정한 임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그동안 공공부문에서조차 불투명하게 운영되었던 도급 구조를 개선해 민간 영역으로까지 공정 거래 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지역 건설업체를 살리기 위한 하도급 지원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대전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는 전문건설협회와 협력하여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수수료 지원사업을 도입하고, 공공공사 내 지역 업체 하도급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중소 수급사업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 부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원청과 하청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동반되어야 하며, 공정위의 상시적인 현장 점검과 데이터 기반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제언이다. 하도급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기업들은 명심해야 한다.
![[할리우드 분석] 프로젝트 헤일메리 1.4억 달러 흥행, 관객 신뢰 전략 주효 ... 심층 진단](https://jkn-images.b-cdn.net/data/images/full/98/38/983809.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