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롯데케미칼·여천NCC '3사 공동지배' 추진… 여수발 구조조정 2호 착수

윤근일 기자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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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기업결합 사전심사에 착수하며 여수 석유화학단지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번 결합은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합병 법인의 지분을 3분의 1씩 보유하는 공동지배 구조로,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 체질을 고부가가치 위주로 전환하기 위한 포석이다.

여수 석화단지 '빅딜'의 구조와 3사 동맹 체제 구축

대한민국 석유화학 산업의 심장부인 여수 국가산업단지에서 대규모 사업 재편이 본격화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간 기업결합 사전심사 신청서를 접수하고 정밀 심사에 들어갔다. 이번 기업결합은 단순히 두 회사의 합병을 넘어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주요 주체들이 참여하는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다.

결합 구조의 핵심은 자산의 물적분할과 현물출자를 통한 통합 법인 설립이다. 우선 롯데케미칼은 여수 공장에 위치한 나프타분해설비(NCC)와 일부 다운스트림(하공정) 설비를 물적분할하여 신설법인을 세운 뒤, 이를 기존 여천NCC와 합병시킨다. 이와 동시에 여천NCC의 기존 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자신들이 보유한 여수 공장의 다운스트림 설비 일부를 통합 법인에 현물출자한다. 최종적으로는 롯데케미칼이 합병 법인의 신주를 취득함으로써 3개사가 각각 33.3%의 지분을 균등하게 보유하는 '3사 공동지배 체제'가 완성될 예정이다.

수직계열화에 따른 독과점 우려와 공정위 심사 쟁점

이번 기업결합은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가치사슬(Value Chain)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이번 통합으로 여수 지역 내 NCC 설비와 합성수지 제품 생산 라인이 하나로 묶이면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이 형성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원료인 기초유분에서 최종 제품인 합성수지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고도화됨에 따라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심사 쟁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건이 석유화학 산업 전체의 거래 상대방과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시장 획정 단계부터 경쟁 제한 여부까지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유분 생산 능력이 집중됨에 따라 여타 다운스트림 업체들에 대한 원료 공급 단가나 물량 배분에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지도 주요 점검 대상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시작된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결합 심사보다 더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범용 제품 중심 탈피와 고부가 구조로의 체질 개선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재편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업계는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인해 범용 제품 시장에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위기를 겪어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같은 날 '여수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이 제출되었음을 확인하며,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번 사업 재편이 성공할 경우 여천NCC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저부가가치 범용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스페셜티(고부가) 제품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이러한 민간 자율 구조조정이 여수 단지 전체로 확산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석유화학 가치사슬 재편에 따른 산업적 전망

이번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결합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대통합'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수 단지 내 주요 설비들이 통합 관리되면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원료 조달 및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또한 3사가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대규모 고부가 신사업 투자 시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향후 공정위의 승인 여부와 조건부 승인 시 부과될 시정조치의 수위가 이번 빅딜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재편이 단순히 기업 간 결합을 넘어 대한민국 석유화학 산업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고도화'로 이행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수 석화단지에서 시작된 이러한 사업 재편 바람이 울산 등 다른 주요 단지로 확산되어 국가 기간산업의 체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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