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KB국민은행·KG이니시스 예금토큰 결제망 구축… 110조 국고 보조금 시장 공략

음영태 기자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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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 20일 국내 최대 전자결제대행사(PG) KG이니시스와 손잡고 별도 장비 교체 없이 예금토큰 결제를 처리하는 인프라를 구현했다. 한국은행 CBDC 실증 사업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착수에 발맞춰, 110조 원 규모의 국고 보조금 집행 시스템과 연계된 디지털 화폐 생태계 선점에 속도를 낸다.

기존 PG 인프라 활용을 통한 결제 편의성 극대화

KB국민은행은 20일 국내 PG 업계 1위인 KG이니시스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가맹점의 기존 결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는 예금토큰(Deposit Token) 결제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가맹점이 예금토큰 결제를 도입하기 위해 별도의 전용 단말기를 구매하거나 복잡한 시스템 교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기존 KG이니시스의 결제 모듈을 사용하는 온·오프라인 가맹점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수준의 간소화된 절차만으로 디지털 화폐 결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디지털화폐(CBDC) 활용성 테스트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과거 새로운 결제 수단이 등장할 때마다 인프라 보급 지연이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이미 구축된 전국 단위 PG 망을 디지털 화폐의 고속도로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인프라 구현을 통해 예금토큰이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실제 상거래 환경에 즉시 투입 가능한 준비를 마쳤음을 입증했다.

프로젝트 한강 1단계 성과와 2단계 확장 배경

이번 인프라 확장은 지난해 4월 실시된 프로젝트 한강 1단계의 성공적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 당시 1단계 실거래 파일럿에는 전국적으로 약 8만 1,000명의 이용자가 참여해 총 11만 4,880건의 거래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세븐일레븐, 교보문고 등 주요 온·오프라인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전체 참여 은행 중 가장 높은 약 30%의 전자지갑 개설 비중을 차지하며 시장 지배력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18일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착수를 공식 발표하며 참여 기관을 기존 7개 은행에서 경남은행과 아이엠(iM)뱅크를 포함한 9개 은행으로 확대했다. 2단계에서는 단순 결제를 넘어 개인 간(P2P) 송금, 생체인증 결제, 예금토큰 자동 충전 등 사용자 편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 특히 1단계에서 한계로 지적되었던 '사용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PG사와의 연계와 공공 영역의 대규모 예산 집행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110조 원 보조금 시장과 공공 영역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 한강 2단계의 가장 큰 파장은 11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정부 국고 보조금의 디지털화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기존의 복잡한 보조금 집행 과정을 예금토큰 기반의 한강 플랫폼으로 전환함으로써 예산 관리의 효율성과 집행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그 첫 사례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 사업'에 대한 국고 보조금이 올 상반기 중 예금토큰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이러한 공공 영역의 변화에 대응해 '국고금 집행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업무추진비를 예금토큰 기반으로 전환하여 실시간 모니터링 및 부정 사용 방지 시스템을 검증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보조금이나 업무추진비가 디지털 화폐로 지급될 경우, 지정된 용도 외 사용을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행정 비용 절감과 세금 낭비 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예금토큰이 민간 결제를 넘어 국가 재정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디지털 화폐 상용화 경쟁과 금융 패러다임 변화

KB국민은행의 이번 행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논의가 급부상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발행하는 '예금토큰'의 우위를 확고히 하려는 포석이다. 한때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과의 경쟁 문제로 2단계 추진이 불투명했으나, 한국은행이 국고 보조금이라는 거대 수요처를 제시하며 은행권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은행권은 예금토큰이 기존 예금과 마찬가지로 예금자 보호 제도의 틀 안에 있으며, 은행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발행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안정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음을 피력하고 있다.

결국 미래 금융 시장의 패권을 결정짓는 요소는 '범용성'이 될 전망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G이니시스와의 협력을 통해 고객과 가맹점이 체감할 수 있는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9개 은행이 참여하는 2단계 실증이 본격화되면, 디지털 화폐는 단순한 가상 자산의 영역을 벗어나 일상적인 소비와 국가 예산 집행의 주류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110조 원 규모의 보조금 집행이라는 거대 동력이 맞물리면서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CBDC 실거래 생태계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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