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금값 7거래일 연속 하락·주간 7% 급락… 6년 만에 최대 낙폭

윤근일 기자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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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 가격이 중동 전쟁 위기 속에서도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20년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인 7%를 기록했다. 미 연준(Fed)의 매파적 금리 동결과 인플레이션 전망 상향으로 인한 고금리 유지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압도하며 가격 하락을 이끈 것으로 확인됐다.

6년 만에 최악의 주간 성적표와 귀금속 시장의 전반적 동반 약세

국제 금 시장이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라는 강력한 지지 요인을 뒤로하고 이례적인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21일 원자재 시장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는 기록적인 약세를 보였다. 20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기준 전장 대비 0.8% 기술적 반등을 시도하며 온스당 4,686.62달러를 기록 중이나, 이번 주 전체 낙폭은 약 7%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률이다.

선물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컸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19일(현지시각) 전장 대비 5.9% 폭락한 온스당 4,60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과 함께 대표적인 귀금속 자산인 은(Silver) 선물 역시 8.2% 폭락한 온스당 70.97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전반에 투매 심리가 확산되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환경에서도 가격이 하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관측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빨라지는 양상이다.

이란 전쟁발 유가 폭등이 불러온 '안전자산의 역설'과 인플레이션 공포

통상적으로 지정학적 갈등은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하나, 이번 이란 전쟁은 역설적으로 금값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되었다.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며 급등하자, 글로벌 금융 시장은 전쟁 자체보다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가 상승이 물가 상방 압력을 극대화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카드를 거둬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비배당 자산이라는 특성상, 금리 수준과 역상관 관계를 가진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 되자, 기회비용 측면에서 금의 투자 매력이 급격히 하락했다. 전쟁이 공급망 마비와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이것이 다시 고금리 유지로 이어지는 구조적 흐름이 형성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가치가 고금리 압박에 눌리는 '안전자산의 역설'이 현실화된 셈이다.

연준의 매파적 회군과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에 따른 투심 붕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강경한 태도 변화는 금 가격 하락에 결정타를 날렸다. 지난 18일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하며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는 매파적 점도표를 제시했다. 특히 2026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7%로 상향 조정하고,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단 한 차례로 제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음번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수도 있다"는 초강경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현재 수준의 금리 동결 확률을 76%까지 반영하고 있다. 전쟁 이전 연내 2회 이상의 인하를 기대했던 낙관론은 사실상 소멸했다. 이에 따라 실물 금을 보유한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3주 연속 자금이 유출되었으며, 지난 한 주 동안에만 금 보유량이 60톤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투자자들이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해 구축했던 금 포지션을 대거 정리하면서 하방 압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단기 하방 압력 지속 경고와 달러 강세의 영향

시장 전문가들은 금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TD증권의 댄 갈리 전략가는 기관 투자자들이 그동안 달러 하락을 예상해 금을 광범위하게 보유해왔으나, 고금리 지속에 따른 달러 강세 현상이 금 보유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이 리지 퓨처스의 데이비드 메거 역시 안전자산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하락 기대감 후퇴라는 매크로 요인이 안전자산 프리미엄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 금 가격은 온스당 4,500달러 선의 지지 여부를 시험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정세가 극적인 평화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유가발 인플레이션 압박은 지속될 것이며, 이는 연준의 매파적 기조를 유지시키는 촉매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전쟁의 확산 여부보다 연준 위원들의 발언과 물가 지표에 더 집중하며 금 비중을 조절하는 보수적인 대응을 이어갈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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