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유가] 트럼프, 이란 원유 제재 일시 해제 긴급 라이선스… 1.4억 배럴 시장 투입

이겨레 기자
트럼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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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쟁으로 급등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해상에 계류 중인 이란산 원유 1억 4,000만 배럴에 대한 제재를 전격 해제했다. 미국 재무부는 20일 기준 선적된 물량의 전 세계 판매를 4월 19일까지 한시 허용하는 긴급 라이선스를 발급했으며, 이는 유가 폭등에 따른 경제 타격을 방어하기 위한 전시 상황의 이례적 정책 전환이다.

해상 계류 이란산 원유 1.4억 배럴 전격 해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일(현지시각), 해상에 묶여 있는 이란산 원유 및 석유 제품에 대한 제재를 공식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3월 20일 기준 선박에 적재된 이란산 원유의 전 세계 판매를 허용하는 '일반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이번 승인은 4월 19일까지 한 달간 유효하며, 현재 해상에 계류 중인 약 1억 4,000만 배럴의 원유가 즉시 시장에 공급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를 역설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임을 분명히 했다.

해당 물량은 전 세계 시장에 약 10일에서 14일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평가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인 '에픽 퓨리' 작전 이후 에너지 비용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자, 행정부가 '적국'의 자원을 활용해서라도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극단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극적인 에너지 정책의 변화로 규정하고 있으며, 유가 급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해석하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와 공급망 마비가 불러온 정책 급반전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심화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마비에 따른 대응책이다. 이란은 전쟁 개시 직후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차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를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로 규정하며 경고 수위를 높여왔다. 실제로 전쟁 전 배럴당 70달러 선을 유지하던 브렌트유 가격은 개전 20일 만에 110달러를 돌파했으며, 일부 시장에서는 119달러까지 치솟는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미국 내 실물 경제 지표도 악화 일로를 걸었다. 한 달 전 갤런당 3달러 미만이었던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최근 4달러 선에 근접하며 소비자들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작전의 정당성을 옹호하면서도 유가 급등이 경제에 미칠 타격을 사전에 예상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란의 위협이라는 불을 끄기 위해 유가 상승과 경제적 타격을 일정 부분 감수했으나, 이제는 완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제재 해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에너지 인플레이션 저지를 위한 전방위 긴급 구제책

재무부의 이란산 원유 면제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시행 중인 광범위한 에너지 긴급 조치의 일환이다. 미국은 이미 전략비축유(SPR) 1억 7,200만 배럴 방출을 결정했으며, 러시아 석유에 대한 임시 제재 완화와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 규제 완화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해운 능력 확보를 위해 자국 선박 이용 의무 규정인 '존스법(Jones Act)'까지 일시 면제하며 원유 수송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국제 사회와의 공조도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IEA는 회원국들의 비상 비축유에서 총 4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조율했으며, 이는 유가 상승의 가파른 곡선을 억제하기 위한 전 지구적 대응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량 투입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차단이 완벽히 해소되지 않는 한, 시장의 불안 심리를 근본적으로 잠재우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급량 확대라는 '양적 공세'가 지정학적 불안이라는 '질적 변수'를 압도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 안정화의 관건이다.

전시 양보에 대한 국내외 비판과 불확실한 정세 전망

이번 제재 완화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블랙스톤 컴플라이언스 서비스의 데이비드 타넨바움 디렉터는 이번 조치를 "정신 나간 짓"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결국 이란 정권에 전쟁 수행 자금을 제공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외교협회(CFR)의 에드워드 피시먼 또한 이란이 선박과 인프라 공격을 통해 유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우려를 표했다.

학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이 '평시에는 거부했던 양보를 전시에는 수용하는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한다. 니콜라스 멀더 코넬대 교수는 이를 전형적인 전시 실용주의 노선으로 규정했다. 유가 하락이 재선 및 국내 지지율 유지에 직결되는 상황에서 이념적 대립보다는 경제적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다. 4월 19일 라이선스 만료 시점까지 이란 정권과의 추가적인 물밑 협상이 이루어질지, 혹은 일시적 방출 이후 다시 강력한 봉쇄로 회귀할지에 따라 중동 정세와 글로벌 증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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