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인월사, 폐허 위에 피어난 ‘마음의 건축’… 세계가 주목하다
강원 강릉에 자리한 인월사(주지 재범스님)가 세계 건축계의 주목을 받았다. 윤경식 건축가가 설계한 ‘인월사 담마센터’가 2026년 3월 17일 발표된 제53회 세계건축상(World Architecture Awards)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건축적 성취를 넘어, 산불로 전소된 사찰이 다시 태어나며 담아낸 상실과 회복, 그리고 영성의 의미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건물이 아니라 마음을 세웠다”
인월사는 3년 전 동해안 산불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러나 수행과 공동체의 힘으로 다시 일어섰다. 주지 재범 스님은 “불은 건물을 태웠지만 수행은 태우지 못했다”며 “우리가 다시 세운 것은 절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철학은 건축 전반에 깊이 스며 있다. 윤경식 건축가는 단순한 복원이 아닌 새로운 해석을 통해, 과거를 넘어서는 공간을 구현했다.
부처의 눈썹에서 시작된 건축
이번 설계의 출발점은 불경 속 한 구절이었다.
“부처님의 눈썹은 초생달을 닮았고 그 색상은 짙은 감유리색이다(眉如初生月紺琉璃色).”
이는 불타의 32상 80종호 가운데 하나로, 깨달은 존재의 형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윤경식 건축가는 이 구절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불타버린 사찰의 대지가 좁고 긴 연유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처님 얼굴 중 가장 흠모했던 눈썹을 건축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 이미지가 이 공간의 시작이자 완성입니다.”
실제로 인월사의 전체 형태는 초승달처럼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 구조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형태를 넘어 상징과 철학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건축이 아닌 ‘여정’으로서의 공간
인월사의 공간 구성은 하나의 수행 여정처럼 설계됐다. 입구에서 마주하는 원형 연못 ‘업경지(業鏡池)’는 고요한 수면 위에 자신을 비추게 하며, 내면을 돌아보는 첫 관문이 된다.
이후 이어지는 곡선형 건물은 자연과 맞닿아 있으며, 내부에 들어서면 비어 있는 중앙 공간이 펼쳐진다. 이 ‘비움’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사유와 성찰을 위한 장치다.
특히 다양한 색의 블록으로 구성된 외벽은 서로를 비추는 세계관을 담아내며, 빛을 통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문다.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흐름은 공간에 생명감을 부여한다.
철학으로 지은 건축, 세계가 인정하다
세계건축상은 단순한 디자인 경쟁을 넘어 건축이 시대에 던지는 질문과 메시지를 평가하는 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심사에는 53개국 243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윤경식 건축가는 그동안 종교와 교육, 공공 공간을 넘나들며 인간의 내면과 존재를 탐구하는 건축을 선보여 왔다.
윤경식 건축가는 이미 26회의 국제 건축상 수상 확보로 세계 건축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건축사상가이다.
그는 “건축은 사람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인월사는 이러한 철학이 집약된 공간으로, 상실 이후의 회복과 인간 내면의 성찰을 건축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폐허에서 피어난 빛
강릉의 바다는 여전히 고요하다. 그러나 그 고요함 위에는 모든 것을 삼켰던 불의 기억이 남아 있다. 인월사는 그 기억 위에서 다시 피어난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사찰이 아니다. 상실을 딛고 일어선 인간의 의지, 공동체의 연대, 그리고 영성의 깊이가 응축된 장소다.
불은 모든 것을 태울 수 있지만, 마음은 태울 수 없다. 그리고 그 마음은 다시, 공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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