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이비 언론', 플레이보이와 같은 고민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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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추구해야 할 가치란 무엇일까?

'가치론'은 전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적 주제다. 어떤 것이 가치있는지, 가치 고하에 차이가 있는지, 차이가 있다면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가령 중세시대 유럽에선 종교적 가치 추구를 우선해 안락한 삶과 입을 즐겁게 하는 먹거리,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행위는 지탄받았고, 한국은 유교적 윤리와 국가주의적 사고가 중요시되며 상대적으로 문화 예술 분야가 경시되는 시기를 겪었다. 집단주의적 가치는 인간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든 지역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을 겪으며 획일적 가치관과 이데올로기가 낳는 폐해에 주목하는 학자들이 등장했고, 사변적이고 개인적인 것들이 재조명받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성(性)'이었고, 성 상품화와 자본 결합해 낳은 엄청난 파급력은 정치와 사회, 경제, 문화 영역까지 집어삼켰다. 덕분에 성은 (적어도 공개된 장소에선) 더 이상 천박한 것으로 폄하당하지 않는다.

성에 가장 빠르게 잠식된 것은 미디어다. 공중파, 종편, 케이블, 정론지, 경제지, 인터넷 매체, SNS를 가릴 것 없이 모든 매체가 성적 이슈와 사진, 광고에 매료되었다. 다만 미국에서 '옐로 저널리즘'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이 19세기의 일이니 최근의 일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으며, 성적 주제를 다루는 것 자체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도 없다.누군가에겐 불쾌한 찌라시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중요한 정보일 수 있으며, 언론사 경영자에겐 수익을 얻기 위한 마케팅일 수 있고, 기자나 리포터에겐 중요한 콘텐츠 주제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자본에 의한 성적 범람이 언론의 본질적 가치까지 잡아 삼켰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 삼품화'마저 힘을 잃다

얼마 전 미국의 대표적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가 앞으로 여성의 누드 사진을 지면에 싫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플레이보이가 '야한 잡지'의 대명사로 통했기에 뜻밖의 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설명을 들어보니 수긍이 간다. 인터넷에서 검색 몇 번으로 적나라한 포르노를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종이에 인쇄된 화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 허슬러 등 미국 성인 남성지 업체 대부분은 지난 몇 년간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누드 화보 대신 플레이보이가 내세운 전략은 매체의 본질적 영역을 강화해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사실 플레이보이는 존 레넌, 빌게이츠, 스티브잡스, 심지어 피델 카스트로나 마틴 루터 킹 등 사회 전반의 유명 인사를 인터뷰하는 영향력 있는 잡지이며, 앨빈 토플러나 알렉스 헤일리가 리포터, 작가로 고용된 적 있을 정도로 편집층이 두텁다. 칼럼과 기사의 수준도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그동안 누드 사진에 인터부나 칼럼 부분의 역량이 가려져 있었다.

플레이보이의 시도가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고민을 되새기는 건 의미가 있다. 극대화된 정보화와 자본주의가 성적 콘텐츠의 파급력마저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미디어는 또 어떤 주제를 얼굴로 삼아 살아남게 될지 예상을 할 수가 없다. 국내 언론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예인들의 의상과 퍼포먼스는 날이 갈수록 선정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체는 지면에, 온라인 매체는 웹에 누드를 실어나르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점점 지겹고 둔감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용지와, 찌라시... 기준은 독자에 있다

정부는 사이비 언론의 폐해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인터넷신문 등록 개정안을 발효했다. 이를 두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난에서부터 언론이 본질적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언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라는 문제의식은 분명 필요하다.

국내 한 언론학자는 "인터넷 발달과 신문과 방송 겸영 등을 계기로 언론계는 피할 수 없는 경쟁 심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었다"며 "그러나 아무리 언론 환경이 바뀌더라도 사(私)보다 공(公)을 앞세워야 하는 언론의 책무는 바뀌지 않는 만큼 언론계 내부에서도 공공을 앞세우는 일에 뜻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공익이라 말한 것 역시 해석이 다양한 탓에 절대적 명제가 되진 못할 것이다. 다만 확실한 건 좋은 언론을 판단할 기준은 오직 독자에게만 있고, 언론은 그를 따라갈 수밖에 없으며, 이 가치를 준수하는 매체만이 어용(御用)매체도, 찌라시도 아닌 진정한 언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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