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통일세’ 도입보다 남북협력기금 운영이 더 중요

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제안한 ‘통일세’ 도입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시의성, 적정성 등에 대한 논의를 비롯해 ‘통일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치권에서 북을 자극하는 것이라면 난색을 표하고 있고, 실제로 북한은 ‘흡수통일’과 같은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 가운데 1일로 그동안 남북간 교류 바탕이 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협력법)’이 시행된 지 꼬박 20년을 맞았다. 노태우 정부가 1988년 발표한 ‘7·7선언’으로 본격 추진된 남북교류는 1990년 8월 1일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교류협력법이 제정되면서 남북협력기금법도 마련됐다. 그동안 남북협력기금은 한반도의 안정에 상당부분 기여했다.

북한이 핵실험 하는 등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몰고 가도 남북이 교류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남북교역액 규모도  매년 증가세였다. 2005년 10억5000만달러를 기록한 뒤 2006년 13억5000만달러, 2007년 17억9000만달러, 2008년 18억2000만달러였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개성과 금강산 관광객을 제외한 방북자가 모두 8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적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이런 남북교류가 2008년 이후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 등으로 남북교류가 개점휴업 상태다.

통일부가 최근 밝힌 남북협력기금 집행률을 보면 현재 남북관계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처음 집행률이 8.6%로 떨어졌고 올 7월 말 현재 지출액이 371억6400만원으로 책정된 순수사업비 1조1189억1500만원의 3.3%에 불과하다. 현재 쌓아 놓고 쓰지 않은 기금이 무려 1조84억에 이른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남북협력기금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통일세’를 도입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모순이 많다. 우선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 현행 법과 행정 절차가 순기능을 하고 있는데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부는 밝혀야 한다. 또 협력기금의 집행률도 사상 최저치를 보이고 있음에도 더 늘릴 의향이 없는지 묻고 싶다. 제도보다는 운영의 묘가 중요하다는 것을 경제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 대통령은 잘 알 것이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혼란을 만들지 말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남북협력기금을 잘 활용했으면 한다. 한파를 맞은 남북간 교류협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평화통일에 대비한 ‘통일세’를 제안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부디 현명한 판단으로 국론을 사분오열시키지 말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마음을 벌써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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