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전환사채 악용 불공정거래 막는다…공시의무 강화

음영태 기자

사모 전환사채(CB)가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되자 정부가 전환사채 관련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등 제도개선 방안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열고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국내의 경우 콜옵션(미리 정한 가액으로 전환사채 등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 리픽싱 조건(주가 변동 시 전환가액을 조정) 등과 결합해 중소·벤처기업의 주요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전환사채 발행·유통과정에서 시장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콜옵션·리픽싱 등 다양한 부가조건이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돼 왔다.

정부는 우선 전환사채 발행 및 유통 공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행 규정은 전환사채 발행 시 콜옵션 행사자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만 공시하고 있어 투자자가 콜옵션 행사자에 대해 정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앞으로는 콜옵션 행사자 지정 시 구체적인 행사자, 정당한 대가 수수 여부(발행기업이 제삼자에게 콜옵션 양도 시) 및 지급 금액 등에 대한 공시의무를 부과한다.

만기 전 취득한 전환사채가 향후 최대주주 등에 재매각돼 주식으로 전환되는 등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발행회사의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 사유, 향후 처리방안(소각 또는 재매각 등)도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시가 변동에 따른 리픽싱 최저한도(최초 전환가액의 70%) 예외 적용 사유와 절차도 합리화하기로 했다.

금융위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
[연합뉴스 제공]

현행 규정은 기업 구조조정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 또는 정관을 통한 예외 적용(70% 미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일부 기업에서 불가피한 이유가 아닌데도 정관을 이용해 규제를 회피하는 경우가 있었다.

앞으로는 건별 주총 동의를 구한 경우에만 예외 적용을 허용한다.

또 일부 기업이 전환가액을 과도하게 하향 조정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증자, 주식배당 등으로 전환권의 가치가 희석되는 경우 희석효과를 반영한 가액 이상으로만 전환가액 하향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사모 전환사채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과 관련해서도 발행 직전 주가를 전환가액에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사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 산정 시 '실제 납입일'의 기준시가를 반영하도록 개선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불공정거래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엄중히 제재할 방침이다.

당국은 앞서 작년 1월 사모 전환사채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총 40건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이 중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해 총 33명을 부정거래 등 혐의로 검찰에 이첩했다.

금융위는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한편, 사모 전환사채가 관련된 불공정거래 혐의를 지속해서 발굴,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개선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하위 규정개정을 통해 가능한 사항에 대해서는 상반기 내 마무리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입법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환사채가 더 이상 대주주의 편법적인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전환사채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고, 앞으로도 필요한 제도개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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