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환율 13년만에 1330원도 돌파, 국내 경제에 미칠 여파는?

이겨레 기자

원/달러 환율이 22일 1330원마저 넘어서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여파에 우려가 나온다.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 물가 상승세의 정점이 지연되고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데다 원화 가치 하락에도 수출이 늘지 않고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무역적자 폭은 더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335.5원에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330원을 넘어섰다.

▲원화 가치 하락에 수입 물가 높아져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 수입 물가지수는 원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7.9% 상승했다.

이를 수입할 때 계약했던 결제 통화 기준으로 보면 수입물가 상승률은 14.5%로 낮아진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원화 가치가 하락해 그만큼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셈이다.

수출입물가추이

원화 가치는 하락했으나, 대외 여건 악화에 수출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은 점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이전보다 원자재를 더 비싼 가격에 수입해야 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9.2% 증가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두 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이달 1∼20일 무역적자는 102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올해 6월 경상수지는 56억1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32억2천만달러 줄었다.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면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원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으나 수출이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대외 경기 악화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크고 무역수지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는 흑자이지만 무역수지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외환보유액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

▲환율 급등에 물가상승세 정점 지연, 기준금리 인상폭 키울 수도

환율의 급등은 물가 상승세의 정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

정부는 추석이 지난 9월, 늦어도 10월 즈음엔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의 하락 등이 이런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원화 가치의 하락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분을 상쇄시킬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았다.

게다가 환율 상승으로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지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빨라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율
[연합뉴스 제공]

물가 상승 압력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까지 커졌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가계 이자부담·경기 침체 우려 등을 고려하면 '빅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해 한미 금리 격차를 좁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환율이 오르는 것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크게 올려야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정치적 요인까지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0.25%포인트 인상에 힘을 실었다.

김 교수는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 외환당국이 개입을 할 수 있겠지만, 추세 자체를 꺾기 위한 개입은 어렵다"며 "지금 추세라면 원/달러 환율이 연말쯤 1,350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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