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속도 내는 임대차 3법…임대료 급등·공급 줄까 우려

음영태 기자

정부와 여당이 '임대차 3법'을 적극 추진 중이다. 임대차 3법은 임대차신고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임차인은 일정 기간 거주기간을 보장받고 갱신 시 직전 임대료의 일정 비율 이상 증액이 제한된다.

정부는 이 제도로 부동산 과열지역에서 전월세가 급등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임대주택의 세원도 명확하게 드러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도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제도의 한계로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들 법은 상호 거래에 관한 내용을 규율하는 민법 계열이라 강제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14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회는 이달 중으로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임대차 3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앞서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 안, 즉 기본 2년에 2년을 갱신할 수 있는 2 2 안과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안이 유력하다.

임대차3법

2 2 안보다 기간을 더 늘리거나, 임대료 증액 상한을 5%를 기반으로 하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조정하게 하는 법안들도 발의됐다.

하지만 서둘러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여당 입장에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미 정부의 7·10 대책으로 부동산 세금이 강화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임대차 3법은 매우 서둘러야 하는 과제가 됐다.

법안이 유력 안 내용으로 통과된다면 임대료 급등 현상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집주인 입장에선 2년 만에 임대료를 못 올리더라도 4년 뒤에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들이면서 그동안 못 올린 만큼 인상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임대차 3법을 법 시행 전 이뤄진 계약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임대차 계약이 한번 갱신된 것이기에 집주인은 2년 뒤에는 세입자를 바꾸고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초기 임대료 상승은 물론 제도 시행 이후에도 임대료가 새로운 세입자를 받을 때마다 왕창 오를 수 있다"며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에서도 세입자가 퇴거하고 새로운 세입자가 오면 임대료가 상당 수준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미 한차례 이상 계약을 갱신해 2 2를 넘긴 세입자는 구제 대상이 되기 어렵다.

현재 추진되는 법안들은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하는 것도 제한적으로 인정한다.

집주인이 실거주할 이유가 입증되거나 세입자가 집을 심각하게 파손한 경우 등이 주로 거론된다.

이 경우 집주인이 위장전입을 하거나 세입자에게 조그만 흠집이라도 잡아서 따지고 들면서 퇴거를 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고 아예 4년을 예외적 조건 없이 무조건 보장할 수도 없다. 임대차 기간이 4년으로 고정돼 버리면 집주인들이 부담을 느껴 임대를 포기해 매물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장에 임대료를 5%까지는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굳이 임대료가 오를 이유가 없는 지역에서도 집주인들이 5%룰에 따라 임대료를 올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정권까지 국토부도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반대한 주된 이유다.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해 표준임대료 제도를 도입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정한 임대료 수준을 정하게 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많이 발의됐다.

아예 부동산 가격 공시를 하듯 임대료도 적정한 수준을 정해서 제시하면 임대료 상승 문제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이다.

무엇보다 이 제도가 시행되려면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돼 임대차 시장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돼야 한다.

그런데 전월세신고제는 현재로선 수도권과 세종 등 부동산 과열지역에만 시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적잖은 행정력이 소요되는 이 제도를 모든 지역에서 운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지 않는 지방에서는 표준임대료를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현재 부동산 가격 공시도 형평성 등에 대한 숱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임대차 시세를 정해서 공시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같은 아파트에서도 인테리어 공사가 돼 있는지, 어린이집과 가까운지, 버스 정류장과 거리는 얼마인지 등에 따라 임대료 시세는 큰 차이로 벌어지고 있다. 이는 주택 공시가격보다 더 예민하다.

국토부는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도 아니다.

이와 함께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무엇보다 상호 계약에 대한 내용을 규율하는 민법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강제력에 한계가 크다. 법 관리를 국토부가 아닌 법무부가 맡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등록임대의 경우 5% 룰을 어겼다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세제 혜택을 회수하는 등의 처분이 가능하지만, 전월세상한제 등은 결국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 발생시 세입자의 권익을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되는 것 외엔 다른 역할이 없다.

이 때문에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불이행과 관련한 문제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회부나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과연 세입자들이 이런 힘든 과정을 감내하며 불편한 집주인과 계속 대하겠느냐는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갑자기 전환할 때 지나치게 월세를 높게 받지 못하도록 전월세전환율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제도도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전월세전환율 제도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3.5%를 더한 만큼만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으로, 현재 기준금리가 0.5%여서 전월세전환율은 4.0%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선 이런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5월 전국의 전월세전환율은 5.9%다. 서울은 5.0%인데 경북은 8.6%에 달한다.

감정원의 전월세전환율은 실제 집주인들이 이와 같은 비율로 전세를 월세로 바꾼 실제 사례를 조사했다기 보다는 전월세 시장을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이 추론된다는 의미다.

임대주택의 공급이 줄어들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세금은 오르는데 임대료 수익은 줄어들게 됐으니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5%룰 등으로 임대주택의 수익성이 줄어들고 부동산 세금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공급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임대시장에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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