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브렉시트협상 뜨거운 설전…"英징벌은 나치" vs "시작부터 위협"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좌),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앞두고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떠나겠다고 천명한 것을 계기로 영국과 EU 27개 회원국 간 설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메이 총리.

메이는 지난 17일 협상 계획을 공개하면서 "영국을 처벌해 다른 국가들이 같은 길을 가지 않도록 징벌적 협상을 요구하는 일부 목소리가 있다. 이는 유럽 국가들에 재앙적인 자해 행위가 될 것이다. 친구의 행위도 아니다"며 경고를 날렸다.

나아가 "그런 태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 나쁜 딜(bad deal)보다 노 딜(no deal)이 낫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둔다"며 EU 측이 징벌적 태도로 나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음날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브렉시트 찬성 진영을 이끌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특유'의 막말로 가세했다.

인도를 방문 중이던 존슨 장관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영국이 EU를 떠나는 대가를 치를 것이냐는 질문에 "만일 (프랑스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EU를) 탈출하려는 누구라도 제2차 세계대전 영화들에 나오는 것처럼 매질을 주려고 원한다면 그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친구들과 파트너들의 이익과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21세기에 EU 회원국들이 관세 재도입 또는 영국을 징벌하는 그 어떤 것을 심각히 고려한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제2의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영국에 '본때를 보여주는' 태도로 협상에 임하는 것을 2차 세계대전 당시 탈출 시도에 대한 독일 나치의 처벌에 비유한 것이다.

대선 포기를 선언한 올랑드 대통령이 메이 총리 연설이 전해진 이후 관련한 발언을 내놓지 않았지만 지난해 "위협이, 위험이, 대가가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과가 좋지 않고, 결국 경제적으로나 국민에게 미칠 결과들을 맞는 협상에 있게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올랑드 대통령은 존슨 장관의 발언에 침묵했다.

하지만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인 미셸 바르니에 대표는 메이 총리가 EU 탈퇴에 수반되는 비용인 600억유로(74조원)에 달하는 '이혼위자료' 지급에 소극적임을 겨냥, "(영국과의) 무역협상이 '이혼조건'에 좌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중인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영국 은행들이 브렉시트로 '패스포팅'(EU 역내에서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권리)을 잃게 되면 EU 시장에 접근하려는 어떤 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이 "험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협상에 나서는 사람들이 대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힘을 과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상대방을 위협하는 식으로 협상을 시작해선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다만 EU를 사실상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도 "메이 총리가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관한 분명한 인상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럽이 분열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등 원칙적인 발언만 하고 자극을 삼가는 대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EU 고위 외교관은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영국인들은 우리 시장을 쓰레기 처리장 정도로 보는데 임신한 것도, 임신 안 한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지내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우리의 의무에서 빠져나간다면, 단일시장에서 나간다면 무역 권리도 잃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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