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어김없는 '票퓰리즘' 경쟁…대선주자들 "표만되면 지르고보자"

문재인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주자들의 선거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정책의 실효성이나 구체적인 재원대책 없이 유권자들의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포퓰리즘성' 공약 경쟁이 불붙으면서, 건전하고 생산성 있는 정책 공론의 과정은 아예 실종되는 분위기다.

당장의 표만 의식한 인기영합성 공약(空約)은 역대 대선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던 병역·세금·복지 3대 분야 공약을 중심으로 여와 야, 선·후발 주자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다.

군 복무기간 단축과 서울대 폐지, 수도이전이 다시 공약으로 떠올랐고, 기본소득제를 도입해 청년과 노인, 장애인, 농어민 등에게 일정 금액씩 나눠주는 공약까지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7일 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사병 복무 기간을 "18개월까지는 물론이고 1년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공약이 아니라 군의 첨단화, 정예화, 현대화, 과학화로 병력의 규모를 줄일 수 있으면 가능하다는 원론적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군 현실을 무시한 무책임한 발표라는 비판은 그치지 않고 있다.

효율적 재정운용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포함, 13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문 전 대표의 공약도 새로운 게 아니다. 역대 정부도 모두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그때마다 문제가 됐던 게 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동·청년·노인 등을 대상으로 월 30만원씩 지급을 들고나왔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일반 사병의 복무기간을 10개월로 축소하고 국민 1인당 연130만원 지급을 보장하는 기본소득 구상을 내놨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참여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사병의 월급을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인상하는 동시에 2023년부터는 모병제를 도입하고, 사교육 폐지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제안했다.

모병제는 저소득계층만 입대할 것이라는 반론에 부딪혔고, 학벌 위주의 사회 풍토는 그대로 둔 채 사교육만 금지하는 것은 폐병은 그대로 두고 기침약만 처방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우리나라 재정이 적자 상태인데 기본소득제는 말이 안되는 공약"이라면서 "군복무 단축도 젊은 사람이나 자식을 군대에 보낼 부모들을 겨냥해 툭툭 던진 공약(空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장밋빛 공약은 지역별로 현안이 다른 총선보다는 전국을 단일 선거구로 하는 대선이 가장 심하다.

대표적인 게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공약한 게 '기초노령연금',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등이다.

공약은 달콤했지만, 집권 후 박 대통령에게는 부메랑이 됐다. 기초노령연금과 반값등록금은 대상을 축소하는 등 후퇴하면서 파기 논란으로 역풍을 맞았고, 무상보육 프로그램인 누리과정은 여전히 정부 예산을 짜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연 경제성장률 7% 기록,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세계 7대강국 진입이라는 '7·4·7'을 제시했다.

대선공약집에도 담았지만 집권하자마자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실현 불가능해지자 슬그머니 비전을 제시한 것뿐이라고 후퇴했다.

이러한 무상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촉발된 것은 2010년 전국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었다. 야당 발 공약이었지만 당시 여당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표를 의식해 논의 구조에 끌려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병역이나 복지 등에 대한 공약은 우리나라에서는 뜨거운 감자여서 대선주자들이 공약으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단순한 정치적 공방에 빠지지 않도록 정교한 설계를 통해 해법 모색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대선주자들은 가장 심각한 사회적 모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해법을 제시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특히 공약을 재탕 삼탕 하면서 실현 가능성마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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