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설] 사면초가에 처한 과도기의 한국외교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하고 있는 지금 한국의 외교는 4면 초가에 막혀 갈 길을 못 찾고 있다. 중국으로 부터는 사드보복에 시달리고, 일본으로 부터는 위안부소녀상 설치에 대한 거센 항의를 받고 있으며, 미국으로 부터는 주요 외교대상국의 대우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신세에 처하여 있다.

우리나라와 최대의 교역국의 지위를 지니고 있는 중국의 사드설치에 따른 보복은 시간이 흐를수록 범위가 넓어지고, 강도 또한 간접적 규제에서 정부의 직접규제로 확대되어 우리 경제와 통상에 대한 타격은 벌써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옆 나라 일본은 부산소년상 설치를 문제 삼으며 4개항의 항의를 내어 놓았다가 이제는 서울소녀상의 이전까지 공개 촉구를 하고 있다. 아베 일본총리는 NHK의 일요토론에 출연하여 “일본은 한일합의에 따라 10억 엔을 출연했다” 그러므로 “한국은 서울과 부산의 소녀상에 대하여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2015년 12월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을 한일 양국이 서로 확인했다”고 하면서 이 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준수되어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당선자는 중국과 일본의 대사를 이미 내정하였으나 한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이는 한국이 미국에 있어서 그다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외교대상국임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트럼프는 선거과정에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하고 이를 정책화하는 과정에 있다. 만약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지속한다면 한국은 연간 4~5조원의 피해를 입을 것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서 미국정부의 한국에 대한 특별한 배려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나아가 미국의 세계경찰국가의 지위변화에 따른 국방비 자국부담 또한 은근히 신경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주요정책이슈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근래 우리나라가 국제관계에 있어서 이런 심각한 곤경에 처한 적은 별로 없었다. 특히 가 장 가깝고 국제경제적 상호관계가 가장 밀접한 세 국가들과의 관계가 이렇게 껄끄럽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려 적절한 방어전략 조차 제대로 마련하기 힘든 적은 없었다. 이와 같은 외교적 딜레마는 지금 한국정부가 과도정부여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미 박근혜정부의 지난 대외정책과 외교적 대응이 축적되어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의 보복은 사드배치결정, 일본의 항의는 섣부른 위안부 10억 엔 배상협의, 미국의 푸대접은 힐러리 중심의 국제적 인간관계 구축 등이 오늘날의 외교적 딜레마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국제관계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한번 잘못 결정되거나 조치된 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결과에 대하여 이를 시정하거나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중국, 일본, 미국과의 관계에서 나타난 외교적 난제를 당장 속 시원하게 해결할 묘책은 없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탐색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나 이념의 논리가 게제 되거나 전문가도 아닌 특정인의 섣부른 판단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복잡한 외교적 문제의 해결과정에는 충분한 국제적인 정치경제적 자료와 정확한 미래예측을 토대로 고도의 전문가적 판단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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