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 사설] 권위의 상실과 대통령의 지위

대통령은 한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권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막스 베버는 권위의 유형을 합법적 권위, 전통적 권위, 카리스마적 권위의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합법적 권위는 법적근거에 토대를 둔 것으로서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반드시 이런 권위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전통적 권위는 국가원수로서 사회통념과 사회적 전통에 따라 주어지는 권위이다. 그리고 카리스마적 권위는 초월적이고 신비스러운 힘을 바탕으로 행사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대통령이 이 세 가지의 권위를 다 지니고 있으면 통치는 아주 쉬워지고 국정의 효율성도 매우 높아진다. 그러나 초인적 에너지와 자질을 기본적 요소로 하는 카리스마적 권위는 아무 지도자나 가지기 어렵고 대개 통치자는 합법적 권위와 전통적 권위를 배경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만약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이 두 가지를 모두 상실하거나 크게 훼손당했다면 국가를 이끌고 갈 힘을 행사할 수가 없다. 그러면 지금의 박대통령은 어떠한가? 합법적 권위나 전통적 권위를 제대로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최순실 국정농단사건과 관련된 박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아직 실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최측근들, 즉 안종범 수석, 정호성 비서관 및 최순실씨 등에 대한 지금까지의 수사정황으로 보아 이미 박대통령은 합법적 권위를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신뢰와 사회적 통념을 근거로 행사될 수 있는 전통적 권위는 더욱 행사할 처지가 아니다. 통치자의 권위는 국민들로부터 수용이 될 때 비로소 행사될 수 있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들 및 시민들의 시국선언과 집단시위는 이제 더 이상 대통령의 권위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이다. 단순한 의사표시가 아니고 몸과 마음을 던져 표현하는 처절한 주권자의 집단적 의사표시이다.

통치자로서의 권위를 상실하면 대통령은 허수아비가 되고 이른바 식물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박대통령과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측근들은 이런 사실을 엄밀하게 인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외우내환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경기가지속적 침체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미국대선승리로 예상치 못한 대외 정치경제적 환경의 격변을 제대로 소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은 누가 권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누가 차기 대권을 장악하느냐 하는 개인적 문제 보다 유례없는 난국에 처한 이 나라를 어떻게 바로 세우고 다시 발전의 궤도에 진입시키느냐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때이다.

그렇다면 최고통치권자로서의 신뢰와 권위를 상실한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하고 어떤 처신을 할지 답이 나온다. 더 이상 권력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2선으로 후퇴하여 국가의 안정과 발전에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것이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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