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택배조회만으론 거르지 못하는 설연휴 택배 범죄...어떻게 막아야 하나?

-

"인천공항에서 다리만 건너면 인천 시내인데 20일 넘게 기다려도 아무 소식도 없네요."

동아시아 고인돌 연구의 권위자인 A박사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는 일본에서 우리 고대사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연구보고서를 어렵게 입수한 뒤 지난달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A박사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객터미널의 한진택배 창구를 이용해 해당 보고서를 인천 모 대학 연구소의 B교수에게 발송했다. 택배비로 6천원을 냈고 '이틀 안에 도착할 것'이라는 안내도 받았다. B교수는 A박사와 함께 고대사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오랜 기간 해당 자료를 찾고 있었으나, 당시 일본 현지답사 중이었던 탓에 먼저 귀국해 있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차를 운전해 한시간도 안 걸리는 대학 연구소에는 열흘이 지나도 택배가 도착하지 않았다. 속이 탄 A박사와 B교수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한진택배에 각각 4차례, 3차례 전화를 걸어 연구보고서의 행방을 물었지만 회사 측은 '연락 주겠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정작 한진택배는 이들에게 어떤 안내도 하지 않았다.

A 박사와 B교수는 "콜센터에 몇번이나 전화를 걸어 어렵게 한번 통화가 이뤄져도 '확인하는 중이니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실제 연락은 한번도 없었다"면서 "첨단 시스템을 갖췄다는 국내 굴지의 물류기업 행태로는 믿기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진택배는 1일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이들에게 처음으로 먼저 전화해 사과하고 인천공항과 서울의 화물창고를 뒤졌지만 사라진 연구보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이번처럼 100% 회사 책임으로 인한 택배 분실이 가끔 발생하는데 설 명절 특수로 운송 물량이 많아 적절히 안내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내 7개 택배회사 관련 피해 사례 560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물품 파손·분실 피해가 433건으로 전체의 77.3%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택배 배송을 신청할 때에는 운송장을 직접 작성해 배송이 끝날 때까지 보관하고, 손해배상한도액(50만원)을 넘는 고가품은 할증요금을 선택해 파손·분실 피해 등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설 연휴 기간엔 택배 가장한 범죄도 늘어나

각종 선물 배송으로 택배 물량이 증가하는 설 연휴 기간엔 택배서비스의 문제도 늘어날 수 있는 데다, 택배 운송장에 적힌 개인정보가 범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먼저 명절 선물의 택배운송장에 개인정보(이름·전화번호·주소)가 포함된 만큼 이를 떼어내서 따로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품 주문 단계라면 가상 전화번호를 부여받아 적거나 임시 가상번호를 제공하는 쇼핑몰, 택배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택배 기사를 가장한 강도 범죄 사례도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둔 9월22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빌라에 사는 A(32·여)씨는 초인종 소리에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택배입니다"라는 대답에 별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줬다. 하지만 그는 택배 기사가 아닌 강도였다. 특수절도 등 전과 12범이던 정모(32)씨는 A씨를 넘어뜨리고 "소리지르면 죽이겠다"고 협박해 현금 2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달 14일 광주 광산구 B(74·여)씨의 단독주택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어준 B씨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종이상자를 든 조모(63)씨를 집 안으로 들어오게 했지만, 조씨는 곧바로 강도로 돌변했다. 그는 "죽여버리겠다"며 B씨를 안방으로 밀치며 위협했지만 안방 문을 붙잡고 수차례 "사람 살려"라고 외치는 B씨의 저항에 줄행랑을 쳤다.

경찰청은 31일 설 명절을 앞두고 이처럼 택배를 가장해 강도를 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예방법을 소개했다. 대표적 예방법은 ▲ 자신이 주문한 택배의 배송 시간과 담당자 연락처를 꼼꼼히 챙길 것 ▲ 주문하지 않은 택배가 도착하면 문을 열지 말고 경비실에 맡기라고 주문할 것 등이다.

경찰은 또 택배 반송을 알리는 전화, 택배 배송 지연·배송 주소지 확인·추석선물 도착 등 문자메시지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나 스미싱(사기 문자)을 의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기단이 전화나 문자 수신자에게 택배 수신자 확인 등 명목으로 주민등록번호나 주소, 계좌번호 등 정보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이나 검찰, 우체국 등 기관을 사칭해 계좌이체를 유도할 수 있다.'

문자 메시지의 경우 링크를 건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게 해 스마트폰에 악성 앱이 설치되게 한 뒤 소액결제를 유도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간다.

경찰은 ▲ 개인정보 요구에 절대 응하지 말 것 ▲ 전화를 바로 끊고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할 것 ▲ 사전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운영하는 '명의도용방지 서비스'에 가입할 것 ▲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를 금지하도록 스마트폰 보안설정을 하거나 소액결제 차단, 백신 설치 등 조치를 하라고 권유했다.

명절 때는 택배 사칭뿐 아니라 대출 권유 전화도 자주 걸려오는데 금융기관이나 등록 대부업체는 전화로 대출권유를 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대출 실행 단계에서 신용등급 조정비, 채권보증금, 수수료 등 선납을 요구하면 무조건 전화금융사기로 봐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가 국가 책임을 전제로 한 배상·지원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피해 구제 논의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참사를 사회적 재난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이번 방침은, 피해자 구제 방식은 물론 향후 재난 대응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제도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교사 보호 필요성이 현장과 여론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학생 인권 침해와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맞서고 있다. 교육 당국은 제도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적·행정적 쟁점 검토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