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공무원 전문직제, 공무 전문가 양성인가, 철밥통 강화인가?...과제 수두룩

공무원 인사체계, '관리자형', '전문가형' 투 트랙 도입한다

인사혁신처(이하 인사처)가 28일 도입하겠다고 밝힌 '전문직제'는 공무원 인사제도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제도다. 공직사회 내에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직제 공무원으로 지정되면 재직동안 한 분야의 업무만을 계속 수행하게 된다.

전문직제는 순환근무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다.공무원들의 순환보직제도는 산업화 시대에 공무원들이 한 자리에 오래 있으면 부정·부패에 연루될 수 있고, 업무 처리 방식도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로 도입된 제도다. 그렇지만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잦은 보직변경은 오히려 공무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결국은 공직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특히 공무원이 특정 직위에 재직하는 동안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를 선호하게 되고, 복잡한 문제의 경우 다음 인사까지 미룬다는 문제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뒤 "무조건 순환보직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고 잘하면 계속 있으면서 승진도 하는 등 보람을 갖고 공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순환보직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인사처 통계를 보면 지난 2013년 중앙부처 과장급 평균 재직기간은 1년2개월, 실·국장급은 1년1개월에 불과하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우리나라는 인사를 하면서 직종 자체를 바꾸기 때문에 새로운 직종에 가면 '아마추어'가 된다"며 "공직사회에서 '인수·인계를 받은 지 얼마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는 말을 흔하게 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처는 순환보직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과장급 이하 공무원은 3년, 과장급은 2년의 보직 기간을 거치도록 필수보직 기간을 늘렸지만, 이같은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모든 공무원이 승진하기 좋은 보직에 몰릴 수밖에 없고, 결국 필수보직 기간 강화는 현실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직제가 도입되면 앞으로 공무원 인사는 관리자형(순환근무형)과 전문가형(장기근무형)으로 이원화된다. 관리자형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공채 시험 등을 통해 공무원에 임용돼 고위공무원까지 승진할 수 있는 공무원이며, 전문가형은 재직 동안 한 분야에서 근무하는 전문직 공무원이다.

전문가형이 되면 평생 한 자리에서 전문 업무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승진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승진을 위해 '기를 쓰고' 좋은 자리로 가려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물론 관리형과 전문가형의 보수 수준을 맞춰  급여상 차별이 전혀 없도록 하겠다는 게 인사처의 구상이다.

다만 제도 도입을 위해 면밀히 짚어야할 과제가 남아 있다. 전문직제를 도입하게 되면 전문직제의 임금·보수 체계와 승진 체계 등의 인사 체계를 모두 새롭게 짜야 한다. 또한 전문직제를 도입했는데 각 부처의 호응이 적어 지원자가 거의 없다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전문직제에게 정무직 공무원이 되는 길을 열어줄 것이냐를 포함해 승진의 폭을 결정해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승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뿌리 깊은 공직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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