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좀비 기업 구조조정한다는 정부, 이건 자유 경제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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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계대전Z>에 등장하는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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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등급 뜨면 법정관리 요구받는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5년도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구조조정 대상(C∼D등급)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은 총 175곳으로, 작년과 비교해 50곳이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12곳)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신용위험도는 A∼D의 네 개 등급으로 나뉜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것은  C∼D등급으로, 이 분류에 들어가는 기업은 워크아웃 (기업재무구조개선)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대상이 된다. 이번 심사에서 분류된 C등급 기업은 70개 사, D등급은 105개 사다.

C등급은 '부실 징후는 있으나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채권금융기관 주도 워크아웃을 통해 금융지원을 받는 동시에 자구계획 이행을 추진하게 되며. D등급은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기업으로, 추가적 금융지원 없이 자체적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법정관리를 신청을 정부로부터 요구받게 된다. 다만 C그룹 역시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거나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신규 여신이 중단되고 기존 여신도 회수되는 등 엄정한 조치를 받게 된다.

정부가 앞장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중소기업의 과도한 부실화가 국내 은행 건전성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175개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총 2조 2,204억 원이었으며,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돼도 자산건전성이 재분류되어 은행권이 약 4,505억 원의 대손충당금 (어듬, 외상매출금, 대출금 등 채권 공제 형식으로 계산되는 회수불능 추산액) 적립이 필요하게 된다. 다만 충당금 증가에 따른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 하락폭은 0.03% 포인트로,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수준이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제조업이 성장에 한계를 맞자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이 늘고 있다며, 미국의 기준 금리 상승으로 기업대출로 인해 은행이 받는 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의 분류에 따르면 좀비기업 수는 2009년 2천698개에서 지난해 말 3천295개로 증가했으며, 국내 은행권의 대출에 대한 기업의 9월 말 연체율 역시 1.00%로 전월 말보다 0.04% 포인트 내려갔지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0.10%포인트 상승했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

이 같은 경제 상황은 중소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부는 올해 대기업 그룹 41계 계열을 주채무계열로 정하고 이 가운데 재무구조가 취약한 11개 계열을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으로 선정해 자본확충, 자산매각, 사업구조 재편 같은 자구계획을 이행토록 하고 있다.

개별 대기업에 대해선 지난 6월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35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려냈는데, 금융감독당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일정으로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다음달에 대기업 구조조정 리스트가 나오는 셈이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하며, "중앙은행으로서는 적절한 통화정책을 통해 거시경제 안정을 기하는 것이 구조조정에 도움이 된다"며 "현 금리 수준은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는데 애로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부진을 통화정책이 아닌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지나친 개입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국가미래연구원 이재우 연구위원은 "국책은행인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상업은행을 동원해 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으며, 실질적 금산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선 은행을 주주로 둔 회사가 부실 기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돼 이권개입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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