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일용직 노동자라고 '고용의 질'낮은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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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이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에 도달했다. 하지만 '고용의 질'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0월 취업자 수는 2천629만8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만8천명 증가했다.  이는 37만9천명 늘었던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 수치다. 5월부터 3개월 연속 30만명대를 기록한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8월(25만6천명) 20만명대로 주저앉았다가 9월(34만7천명) 30만명대를 다시 회복했다.

전체 실업률은 3.1%로 0.1%포인트 내렸다. 이는 2013년 11월(3.1%)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하지만 이를 '경기회복세'라고 생각하기엔 아직 이르다. 9~10월은 학생들이 학업에 복귀해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고, 농번기가 추수에 들어가 농림어업 일자리가 늘어나 다른 달보다 통상적으로 실업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늘어나고 부진했던 생산이 9월 들어 54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이면서 제조업 취업자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으나, 늘어난 일자리가 '좋은'일자리였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직업별로 봤을 때 경비, 배달, 건물 청소 등 단순노무 종사자가 13만6천명으로 가장 크게 늘었으며, 이중 2.0%가 임시근로자였다는 이유다.

그러나 수치와 직종만으로 '고용의 질'을 판단할 순 없다

'고용의 질'은 주관적이고 다차원적 특성이 있어 한 마디로 정의하기 곤란한 주제다. 간혹 "청년들이 고용의 질 따지느라 취업을 안 한다."라고 불평하는 기성세대도 있지만, 그건 오해다. 대기업 사원이나 전문직 종사자가 항상 높은 고용의 질을 영위하는 것은 아니며, 단순 노무자나 3D업종 종사자라고 무조건 고용의 질이 낮은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용의 질을 측정하는 요소로 흔히 임금, 미래 전망, 직업 특성과 조건, 동료직원과의 상관관계 등이 꼽힌다. 경제학자들은 임금 수준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같은 요소 중 무엇이 우위에 있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일에서 성취감과 보람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를 더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득불평등의 심화가 일자리 질 하락의 원인이 된다는 점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불평등 지수가 커지면 일자리가 질적인 면에서 양극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가령 여성이 같은 일을 하고도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게 되면 기업은 여성과 남성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지 못해 조직 경쟁력이 저하된다. 고용의 질 문제에서 임금 격차의 영향을 를 배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 대부분은 일생의 상당 부분을 임금근로자로서 일하고, 이를 통해 생계를 이어갈 뿐 아니라, 정체성을 찾고 자아를 성취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은 이 같은 노동의 의미가 크게 퇴색되었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한국인 대부분이 노동자의 삶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압박과 통제가 점점 더 그 강도를 더해간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나친 경쟁과 소득불평등 탓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가치있는 일이며, 검사가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존경받는 직업이란 인식은 옛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소위 '사짜'가 존경받는 이유는 그들이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지 의미 있는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같은 이유로 소방관과 군인, 사회복지사 등의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누구보다 남에게 희생하는 삶을 사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높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건 그저 사짜들보다 돈을 덜 벌기 때문이다. 오직 자본만을 추구하는 사회 구조가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의 질 문제는 복지와도 깊은 관계를 갖게 된다. 적어도 인간다운 삶은 영위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어야만 일자리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게 하는 '자본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보루와 세컨 찬스가 있다면, 꼭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더라도,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고용의 질이 높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처럼 고용률과 실업률, 직종만 보고 고용의 질이 늘었네 줄었네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고용의 질은 개인의 취직 문제가 아닌, 노동과 사회보장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주력 산업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한계에 도달하고, 인구 고령화로 노동력도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전환기에 들어서 있다. 일본과 유럽은 이미 산업구조 개혁을 통해 제 2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이 역시 신속한 경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디 우리 정부가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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