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독일 기업문화 후진적이다.. 내부고발자 보복,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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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박해하는 후진적인 독일 기업문화

폭스바겐 비틀은 히틀러의 명령으로 생산된 자동차였지만 정작 그 차를 많이 탄 사람은 오히려 전체주의와 권위, 독재에 저항한 히피들이었다. 마찬가지로 나치의 광기가 휩쓸고 간 전후 독일에선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반동으로 토론문화와 합리적 사고, 신뢰와 솔직함이 피어났다. 덕분에 독일 사회민주주의를 이끄는 정치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기업가와 근로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을 높여 프리미엄을 쌓을 수 있었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 우리는 독일에 대해서 이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홀거 슈팽글러가 지난 몇 년 간 폭스바겐에서 겪은 일들은 우리가 생각한 독일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

2000년대 초 폭스바겐 카셀 공장에서 기술 부문 중간관리직으로 일하던 그는 공금 유용과 비용 부풀리기 등 조직 내 부패를 목격했다. 노조에 이를 신고하려 했지만 노조도 이 비리에 얽혀 있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고민하던 그는 2003년 경 주주와 감독이사회에 편지를 보내 이 사실을 알렸으나 오히려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그는 복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자신이 재직 중 출원한 특허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도 별도로 진행했으나, 법적 투쟁은 길어지기만 하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 같은 폭스바겐의 사내 부패 문제 중 일부는 몇 년 뒤에야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당시 인사 담당자로 재직했던 페터 하르츠는 노동평의회(노조) 위원장 등 간부들이 회사 돈으로 섹스 관광을 떠나고, 불법 보너스를 수수하는 등 비리에 연류 돼 거액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회장 등 최고경영진도 부패에 연류 되었다는 의혹을 샀으나 처벌받진 않았으며, 이 같은 관행은 결국 가스 배출 조작 사건으로 이어졌다.

강력한 리더십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비굴함이 원인

독일에서도 내부고발자 보복 문제는 심각하다. 독일에서 공식적으로는 대부분 상장기업 종업원들은 사내 부정행위에 대해 상관이나 감사 담당부서에 알리도록 되어 있으나, 실제 그렇게 할 경우 배신자로 찍히거나 동료들에게 따돌림이나 집단적 공격을 당하고 심지어는 슈펭글러 사례처럼 해고당하기도 한다. 2002년 사반-옥슬리법을 제정한 미국과 달리 내부 제보자를 해고 등 보복으로부터 보호하는 구체적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자 역시 보복과 사회적 시선을 두려워하는 탓에 익명 제보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녹음된 목소리를 증거로 내놓으면 기업이 음성인식장치를 통해 제보자 신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사법 및 감사 당국, 일부 기업은 '비즈니스 키퍼 모니터링 시스템'(BKMS)이라는 인터넷 제보 방법을 사용하지만 이 역시 완벽하게 익명을 보장하진 못한다.

어떻게 독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일부에선 독일인들이 강력한 리더십에 무비판적으로 복종하는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지난 십여 년간 성공적 경영성과를 이룬 폭스바겐 최고 경영진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이번 스캔들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권력에 비굴해지는 원인이 독일의 암울한 과거 때문인지, 혹은 인간의 본성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범 국가로 여겨지던 독일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은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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