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저커버그는 텔레파시를 어떻게 사업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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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최고 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또 한번 이상한 말을 했다.

미래 의사소통수단을 묻는 질문에 '텔레파시'라고 대답한 거다. 범인(凡人)이 이런 발언을 하면 무시당하고 놀림 받았겠지만, 가장 잘 나가는 기업 '페이스북'의 CEO이자 22조 원 대 자산가인 마크 저커버그가 이 말을 하니 그럴듯 하게 들린다.

구약성서 창세기 11장엔 바벨탑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 사람들이 천국에 닿기 위해 높은 탑을 쌓자 하느님이 인간의 오만을 괘씸이 여겨 말을 뒤섞어 서로 통하지 않도록 했다는는 안타까운 스토리다. 이 에피소드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데, 문자 그대로 인류가 서로 다른 수많은 언어를 사용하게 된 기원이라는 설과, 인간 심리의 추상성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언어적 한계 탓에, 서로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사라지지 않음을 은유한다는 설이다.

언어와 소통으로 인해 고통받는 인간은 여전히 많다. 독서실엔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를 익히려는 학생들로 차고 넘치며, 직장인들은 정확한 보고서 한 장을 쓰는데 몇 시간을 끙끙 앓는다. 계층∙세대 간 소통 부족은 끊이지 않는 다툼을 계속하게 하며, 심지어 대통령의 말을 해석해주는 '박근혜 번역기'란 페이지와, 이성의 카톡이 내포한 의미를 알려주는 '여자어/남자어 사전'이란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텔레파시는 언어로 인한 암호화/복호화 손실을 극복하고 직관적 의사소통을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만 개발된다면 수요는 분명 무궁무진할 거다. 지금까지 텔레파시가 지금까지 초현실적 영역에서 다뤄온 주제기에 미래산업이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이미 몇몇 SF 작품이 텔레파시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가능성을 내놓았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1. 화학적 텔레파시 -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서 개미들은 화학적으로 결합한 페르몬을 뿜어 의사 소통한다. 이 페르몬은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불과 1~2초 만에 개미집 전체에 퍼진다. 덕분에 여왕개미는 수만에 달하는 구성원을 능수능란하게 지휘할 수 있는데, 적이 침입에 맞서 공격, 방어, 개미산 발사 등 시기적절한 명령을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군대처럼 진형을 갖춰 대항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인간은 페로몬을 매우 제한적 범위에서 사용하고 있다. 인간은 뇌에서 페로몬 관련 정보를 처리하는데, 다른 동물과 달리 기관이 퇴화해 있어 자극에 대한 반응이 약하기 때문이다. 페로몬을 통해 이성의 관심을 끌거나 혈연관계 확인, 혹은 피아 식별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아직 확실히 증명된 사항은 없다. 만약 개미와 같은 즉각적이고 집단적인 소통을 가능케 하려면 신체가 신호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발명되어야 할 거다.

또한 화학적 텔레파시가 중앙 통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개미의 경우도 화학 신호를 내뿜는 건 주로 여왕개미의 역할이며, 소통보단 조직 운영을 위한 명령 수단으로써의 성격이 짙다. 화학적 텔레파시 기술이 현실화할 경우 독재자에 의한 통치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주인공 아무로 레이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주인공 아무로 레이

2. 생물학적 텔레파시 - 기동전사 건담 <뉴타입>

뉴타입은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메인 테마다. 작중 인류는 우주 식민지인 '콜로니'를 건설하는데, 정착민이 일생을 보내고 세대를 거듭하며 우주거주인만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이 발현된다. 건담 시리즈에선 이를 '신인류'란 의미에서 뉴타입이라 부른다. 건담 시리즈를 기획한 애니메이터 토미노 유시유키는 본래 뉴타입을 "타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하고, 타인의 의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쟁을 종식할 수 있는 진보된 인류."라고 정의했었다. '타인에 대한 이해'란 면에선 텔레파시보다 조금 더 큰 의미의 개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뉴타입을 그저 '초능력자', '에이스 파일럿', '영웅' 등으로 받아들였다. 뉴타입이란 타이틀을 가진 주인공이 초능력자처럼 적을 무수히 쓰러트렸으니 그럴 법도 하다.

이는 텔레파시가 진정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닌, 전쟁과 같은 갈등과 반목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건담 시리즈의 세계관에서 뉴타입은 '진화'로 여겨졌지만, 진화를 이룬 인간은 여전히 전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미래 텔레파시 기술 역시 엄격한 윤리적 기준하에 받아들여야 할 거다.

 

영화 엑스마키나의 여주인공 안드로이드
영화 엑스마키나의 여주인공 안드로이드

3. 빅데이터에 의한 텔레파시 - 영화 <엑스 마키나>

엑스 마키나는 빅데이터와 안드로이드(인간형 로봇)의 결합이 어떤 미래를 낳을지 현실적으로 그린 영화다. 이 영하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는 온라인상의 빅데이터와 연결돼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며 인격을 형성한다. 마크 저커버그가 IT와 빅데이터 사업의 선구자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그가 생각하는 텔레파시는 이 항목에 가장 부합하지 않을까 싶다.

SNS 활성화 이후 정보 확산은 몇 배나 빨라졌다. 하지만 소통이 여전히 단말기 내에서 이뤄지기에 인식 과정에서 암호화/복호화를 거치며 생기는 정보 왜곡과 손실은 피할 수 없다. 같은 정보를 공유하되 공유한 사람의 의도와 생각까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탓이다. 만약 인간이 엑스 마키나의 안드로이드처럼 정보이 원형을 바로 받아들이는 '단말'이 된다면 텔레파시가 의미하는 '초월적 소통'에 더욱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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