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필벌'이 '정상'을 만든다. 유승준 효시(梟示)하여 일벌백계하듯 군내부 개혁하기를...

-
한국의 가수였던 유승준, 지금은 스티브 유
한국의 가수였던 유승준, 지금은 스티브 유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군대를 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스티브 유 씨

군의무를 피해 도망간 유승준의 연애인 생명을 끊어버리고, 대중에게 효시한 국방부.

바른생활 사나이, 아름다운 청년, 90년대 최고의 댄스가수...라고 유승준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토토가' 열풍이 불며 90년대 인기 가수를 재발굴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아무도 무대에 선 유승준을 다시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음원 시장 주 구매층인 10대~20대 태반은 유승준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저 오래전 군대 가기 싫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에 간 사람이라고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다.

유승준 사건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의 군 입대는 곧 생명이 끝나는 것과 동일하게 여겨졌다. 연예인 병역비리는 만성적이었고, 국민들도 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해 묵인했다. 하지만 유승준 사건을 통해 연예인 병역비리가 공론화되자,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군 입대를 하는 풍조가 조성됐다. 이 사건 이후 박수홍, 문희준, 이휘재, 차인표 등이 군소리 없이 군입대했고, 언론도 이들을 자랑스러운 국민으로 집중해서 보도하기 시작했다. 문희준은 군 만기 전역을 하며 인기를 되찾기도 했다.

MC몽은 새 음반을 발표했음에도 '발치몽'이란 조롱만 얻었을 뿐 별 성과를 못 얻었고, 인기에 민감한 아이돌 출신 연예인들은 이제 자발적으로 군대에 입대한다. 만약 유승준의 병역의무 거부를 묵인했다면 아직도 수많은 연예인이 군 입대를 피하는 비정상적 관행이 지속되었을 거라며, 유승준을 단죄한 덕에 국방의 기강이 살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한 병무청의 조치가 사회 정상화에 큰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김영삼 집권 후 전두환은 사형, 노태우는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으나 임기 말 특별사면 받았다.
김영삼 집권 후 전두환은 사형, 노태우는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으나 임기 말 특별사면 받았다.

반면, 군 내부자의 단호한 처벌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하지만 군대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쇄신이 힘든 면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나회 숙청을 통해 군을 변혁시키려고 했다. 그는 하나회는 군 내 불법 사조직이었던 데다, 하나회 소속 군인들의 능력도 의심스럽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들이 국가 요직을 독점하는게 정상적이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하나회 출신 장교들은 초급장교 시기부터 육군본부, 중앙정보부, 수경사, 대통령 경호실, 보안사 등 권력과 관계된 요직만 거친 탓에 전투 부대 근무 경험은 전무한 거나 다름없었다. 노태우의 경우엔 소령 진급에 꼭 필요한 중대장 경험조차 없었고, 전두환은 베트남에 지휘관으로 파병했으나 지휘능력이 부족하다는 악평을 들었다.

김영삼은 군내 부패를 뿌리뽑고자 취임 11일 만에 "군 내 사조직을 해체하라"며 하나회 군과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하나회 멤버를 싹 갈아버렸다.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 특전시령관, 수방사령관 등등 수많은 별이 떨어졌다. 이들은 진급에서 배제되었을 뿐 아니라 강제 전역까지 당했다. 덕분에 박정희 정권 때부터 쌓여오면 군 부패의 적폐를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군을 떠났을 뿐, 여전히 사회 지도층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예편 후 기업 임원으로 자리 잡은 사람도 있고, 국회에 지출한 사람도 상당수다. 요직에 있었던 탓에 인적 네트워크는 사라지지 않았고, 정권의 처벌은 이들을 진짜 죄인으로 만들지 못 했다. 사형을 선고받았던 전두환마저 특별사면을 받고 전 대통령으로서 예우 받고 있다.

 

엄정한 벌을 통해 군 기강을 세운 장수, 이순신(좌), 손자(중), 제갈양(우)
엄정한 벌을 통해 군 기강을 세운 장수, 이순신(좌), 손자(중), 제갈양(우)

비정상 군대를 필벌 통해 정상화한 사례, 이순신?손자?제갈양

군대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자유롭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을 것을 요구받는 집단이다. 전쟁과 전투를 전문으로 하고 국방이란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한 조직이기에. 엄정한 기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옛 전사(戰史)에선 잔혹할 정도의 필벌을 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난중일기에서 이순신이 부하를 처벌한 기록은 처형 28회, 곤장 44대, 처벌 36회, 구속 15회에 달한다. 이순신이 지휘권을 잡기 전까지 조선 수군의 사기는 바닥을 기었다. 조선의 군세는 일본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고, 전쟁에서 승리할 가망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자연히 군 기강은 해이해졌고 병졸은 도망하기 바빠 싸우기도 전에 군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이순신이 가차 없이 탈영병의 목을 날리니 군은 처벌에 두려움을 가져 자연히 기강이 잡히기 시작했다.

손자병법의 저자 손자는 오왕 합려로부터 "궁녀를 정예군으로 만들어라."는 시험을 받았다. 손자는 합려가 가장 아끼는 궁녀 둘을 대장으로 세워 제식훈련을 시켰으나, 궁녀들은 이를 장난으로 여겨 따르지 않았다. 이에 손무는 대장으로 세운 두 궁녀를 처형해 본보기로 삼았고, 이에 겁에 질린 궁녀들은 정예군 못지않게 일사분란히 움직였다.

 제갈량은 가정 전투에서 애제자이자 부하 장수인 마속에게 지휘권을 맡겼다. 하지만 마속은 제갈량의 충고를 무시하고 공을 서두르다 전투에서 패했고, 제갈량은 마속의 처벌해야 할 입장에 섰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란 말이 있듯이 전투에서 패배하는 건 장수의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큰 잘못이 아니었다. 동시대에 조조가 패배한 하후돈을 관대히 용서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건국한지 얼마 안 된 촉나라는 유비 세력과 토착세력 간 갈등이 있었고, 관우, 장비, 조운 등 유비 세력이 공신으로 임명되자 토착세력은 전공에 차별이 있다는 이유로 반발할 움직임을 보였다. 제갈량은 유비 세력인 마속을 엄정히 처벌해 군법 기강을 보일 필요가 있었고 결국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목을 베었다.

이번 예비군 총기 난사 사건 역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혀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 해당 부대 지휘관을 보직해임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보직을 옮겨 군 생활을 계속한다면 징계를 겁낼 군인은 아무도 없을 거다. 사고에 둔감하고 재발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 군의 현실을 극복하려면 필벌을 통해 군 기강을 세워야 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정책 톺아보기]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하향, 부담은 누가 지나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다시 낮추면서 고등교육 재정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대학 재정 압박과 가계 부담 완화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이슈인 문답] 쿠팡 청문회 논란, ‘셀프조사’가 남긴 쟁점은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과 노동환경 논란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가 31일 이틀째 이어지며 ‘셀프조사’의 한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사 과정의 독립성 부족과 노동자 보호 미흡 문제가 맞물리면서, 플랫폼 기업 전반을 겨냥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슈인 문답] 응급실 ‘뺑뺑이’ 반복,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이송을 반복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전산 정보만으로는 실제 수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부산 고교생 응급환자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단순한 병상 부족이나 이송 지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 의료진의 문제의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이슈인 문답] 은둔형 외톨이 5%, 사회적 고립 구조화

한국 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에 드러난 실태를 중심으로 고립의 원인과 제도적 대응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책 톺아보기]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취약계층 체감도는

정부가 등유·LPG를 주로 사용하는 난방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복지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과 연료비 상승이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다만 일회성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 책임 어디까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이른바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이 26일 공개되면서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내년 3월 10일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해석 지침을 제시했지만, 원청 책임의 범위와 노동쟁의 인정 기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 차는 여전히 크다.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정책 톺아보기] 가습기살균제 배상 전환, 국가 책임 어디까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가 국가 책임을 전제로 한 배상·지원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피해 구제 논의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참사를 사회적 재난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국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이번 방침은, 피해자 구제 방식은 물론 향후 재난 대응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학생부 기록 논쟁, 제도화 문턱까지 왔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제도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교사 보호 필요성이 현장과 여론에서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학생 인권 침해와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맞서고 있다. 교육 당국은 제도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적·행정적 쟁점 검토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