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잔혹동시라고? 아이가 순수하고 행복하기를 강요하지 말라… 잔인한 현실은 어른들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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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것은 왠지 아름다워야 할 것 같다. 동요는 아름다운 자연과 행복한 친구들을 노래하고, 동화 주인공은 굳세고 올바르다. 뽀로로나 카봇, 또복 같은 아동용 애니메이션도 귀엽고 예쁜 그림체다. 이들은 모두 어른의 상상에서 나온 것들이며 현실과는 다르다.

초기 동화의 원안은 아동을 위한 게 아니었다. 그림 형제가 처음 만든 동화집은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모은 설화집에 가까웠다. 내용은 현실적이었고, 잔인했으며 또 선정적이었다. 백설공주는 아버지와 성관계를 맺었다가 성에서 쫒겨났고, 나중엔 어머니에게 달궈진 쇠 구두를 신겨 태워죽인다. 신데렐라에선 새들이 계모와 새언니의 눈을 쪼아 멀게 하는 장면이 나오며, 잡자는 숲 속의 미녀는 왕자에 의해 겁탈당한다. 동화 대부분에 아이들이 읽기 부적절한 내용이 들어있다. 부모가 아이를 죽이는 경우도 많다.

 

우리 엄마는 나를 죽였고
우리 아빠는 나를 먹었네
누이동생 마를렌은 내 뼈를 빠짐없이 추슬러서
곱다고운 비단으로 정성껏 싸서
향나무 밑에 두었네
짹짹 짹짹! 나같이 예쁜 새가 또 어디 있을까?
동화 노간주나무 中 -

 

동화가 잔인했던건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초기 동화는 중세를 배경으로 한다. 카톨릭 신앙은 낙태를 금지했고, 당시엔 확실한 피임 수단도 없어 출생률은 지나치게 높았다, 가난한 농노들은 아이를 제대로 키울 능력이 없어 헨젤과 그레텔에서처럼 아이를 버리는 게 일상적이었다. 마녀처럼 아이들을 잡아 배를 채우던 사람도 있었다. 일본 작가 기류 미사오는 잔혹한 동화가 주는 현실감에 영감을 얻어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 동화 시리즈>를 출판하기도 했다. 이 책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어 동화는 마냥 아름답다 생각했던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동화가 아름답게 각색된 건 근대에 아동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부터였다.  백설공주를 색정에 찬 철없는 딸에서 계모에게 구박받는 착한 공주로 포장했고, 친자식을 살해하는 비정한 부모는 계모로 바꿔 윤리적 심판에서 면피했다. 피튀기던 악인의 최후는 "모두 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란 훈훈한 결말로 순화되었다. 덕분에 현대 아이들은 세상의 비정함에 물들지 않고 천진하고 아름다운 꿈을 꾸며 자랄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 초등학생이 썼다는 시가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내용이 섬뜩하긴 하다. 학원에 가라는 엄마를 눈깔을 파먹고 이빨을 다 뽑고싶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적었다. 어떻게 아이가 이런 시를 쓰냐고, 부모가 아이를 도대체 어떻게 키운 거냐며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는다. 출판사와 부모는 현실을 반영한 아이의 작품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솔로 강아지'란 이름의 시집은 전량 폐기되었다.

이 책은 어린 아이들 시를 모은 동시집이다. 어른이 아이의 천진함을 흉내 내서 쓴 동시와는 달리, 정말로 아이들이 느낀 세상이 담겨있다. 안타깝게도 이 시를 쓴 아이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른들은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의무가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아이를 행복하라고 강요해선 안된다. 대중의 분노는 이 시를 쓴 아이와 부모를 향하기보단, 방과 후에도, 휴일에도, 심지어 어린이날에도 학원을 가야 하는 이상한 사회를 저격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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