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만화 주제가 수준의 기사 쓰는 북한 최고 정당의 정론 기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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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구에서 사라져야 할 악성 종양
우박처럼 쏟아져 내린 우리 호랑이 병사들이
적의 심장부를 종횡무진 짓이겨댄다
변태 동물 같은 적 항공모함이 피성을 토하며 수장된다
악의 무리에 맞받아 정의의 조선(북한)이 나섰다

 - 북한, 백두산 중대는 미제의 종말을 선언한다


우주 외계인 그는 무서운 암흑 대왕 드라이어스
평화를 파괴하는 악의 침략자
싸워라 물리쳐라 정의는 이긴다
로보트 로보트 지구용사 썬가드  

 - 만화 주제가, 지구용사 썬가드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인 노동 신문은 24일 '백두산 중대는 미제의 종말을 선언한다'란 기사를 실었다. 마치 미국과의 전쟁 시나리오를 쓴 것처럼 북한의 포화에 속수무책 당하는 미군의 모습을 묘사했다. 북한은 시종일관 자신들을 '정의'라 칭했다.

이 기사는 재미있게도 과거 만화 주제가와 유사한 표현과 구조를 보여준다. '지구용사 썬가드'는 '태양의 왕자 파이버드'란 일본 애니메이션의 더빙판 명칭이다. 90년대 초반 제작된 이 에니메이션은 특유의 경쾌한 주제가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저연령층이 보던 만화라 그런지 '암흑 대왕', '정의는 이긴다'란 문구가 실리는 등 가사는 다소 유치했다.

웃긴 건 노동 신문의 기사도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독재정당이 공식적으로 출판하는 기관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미국을 '악성 종양', '변태 동물'로 표현하고 '정의의 조선이 나섰다'고 말하는 부분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원색적이고 격이 떨어진다. 논리구조가 바탕이 되어야 할 신문기사가 만화 주제가와 똑같은 전개를 가진다는 점도 실소를 짓게 한다.

노동 신문은 발행부수가 150만 부 이상을 자랑한다. 유럽권의 유서깊은 유명 신문들이 100만 부를 넘게 찍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양이다. 이 수많은 신문은 전부 내수용이다. 북한 내 주민들을 세뇌하고 선동하기 위한 신문인 것이다. 백두산 중대를 운운한 기사 역시 대내 세뇌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당 지도부가 보기에 북한 주민은 저연령층 어린이와 수준이 다르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북한은 같은 날 대한민국이 5.24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북한에 사과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했다. 5.24 조치는 이명박 정권의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행 불허, 남북 교류 중단, 국민 방북 불허, 대북 지원 사업 원칙적 보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이 무서워하는 것은 미국도, 일본도 아닌 북한 주민들이다. 미국과 대한민국에 얻어맞을 것을 알면서도 공개적인 도발을 하는 것은, 그것이 북한 주민들이 진실을 아는 것보단 낫기 때문이다. 그렇게 북한은 점점 더 심하게 고립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주민들마저 저연령 어린이 수준에 머물러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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