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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일보

금융지주사 한해 인건비만 2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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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옥(屋上屋)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금융지주사가 한 해 쓰는 인건비만 무려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금융그룹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금융지주사가 회장-행장 간의 갈등, 낙하산 인사 등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지주사 무용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 은행권 대규모 구조조정…지주사만 '몸집 불리기' 몰두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극심한 갈등으로 금융당국의 대규모 징계를 불러온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임원 보수 31억원, 직원 급여 164억원 등 인건비로 총 195억원을 사용했다.

이마저도 임 전 회장과 어윤대 전 회장에게 부여된 3만주 가까운 성과연동주식을 제외한 수치다. 이를 합치면 KB금융[105560]의 인건비는 2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2008년 금융지주체제 출범 후 KB금융지주는 계속 커졌다.

출범 다음 해인 2009년 직원 수는 100명, 인건비는 121억원에 지나지 않았으나, 4년 만인 지난해에는 151명, 195억원으로 그 규모와 액수가 각각 50% 넘게 급증했다.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직원 수는 2009년 말 2만5천900여명에서 지난해 말 2만1천700여명으로 4천명 넘게 줄어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은행권 구조조정과 지점 통폐합으로 은행직원 수는 크게 줄었는데 금융지주사만 '몸집 불리기'에 몰두한 셈이다.

신한, 하나, 우리금융[053000]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마찬가지다.

2001년 금융지주 체제를 출범시킨 신한지주[055550]는 지난해 임원 보수 20억원, 직원 급여 164억원 등 인건비로만 총 184억원을 썼다. 직원 수는 148명에 달한다.

2002년 말 56명, 65억원에 지나지 않았던 것에 비교하면 직원 수와 인건비 모두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2001년 3월 국내 최초로 금융지주사 체제를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도 2012년 직원 수와 인건비가 각각 136명, 127억원까지 늘었지만, 민영화를 앞두고 지주체제를 폐지하기로 해 올해 들어 그 규모를 크게 줄였다.

2005년 출범한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지난해 말 직원 수는 111명으로, 인건비로는 129억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김정태 회장과 최흥식 사장이 받은 무려 30억원 어치의 성과연동주식을 더하면 총 인건비는 159억원에 달한다.

최근 일 년 새 시중은행 점포가 300개 가까이 줄어들고 수천명의 직원들이 명예퇴직 등으로 은행을 떠나는 등 은행권이 구조조정의 한파에 떨고 있지만, 금융지주사만큼은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셈이다.

◇ "출범 13년 지주체제 도대체 뭐했나"…'지주사 무용론' 솔솔

2000년대 들어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체제를 추진한 것은 '글로벌 금융그룹'의 육성을 위한 것이었다.

예대마진에만 몰두하는 은행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증권, 보험 등으로 다각화하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의 다국적 금융그룹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이었다.

13년이 지난 지금 이런 비전은 실패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신한금융지주만 보험, 증권 등으로의 다각화에 성공해 은행 수익 비중을 60%까지 낮췄지만,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여전히 80~90%의 수익을 은행이 낸다. '제왕'으로 군림하고 싶어하는 지주사 회장과 실제 경영을 책임지는 은행장이 항상 부딪치는 이유다.

글로벌 금융그룹의 꿈은 버린 지 오래다.

일본의 도쿄미쓰비시UFJ은행이 수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일 정도로 일본 은행들은 글로벌화에 성공했지만, 국내 금융그룹들은 해외 수익의 비중이 2~6%에 불과하다.

글로벌화와 다각화에 실패했으면서도 지주사 회장이 계열사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싶은 욕심에 인력과 예산을 무리하게 늘린 탓에 '덩치'만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장과 행장을 겸임해 비용을 줄이고 지배구조를 일원화하자는 개혁 논의가 있지만,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반대하고 금융당국에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글로벌 금융그룹을 내걸었지만 실제 결과는 관치금융과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국내영업 중심 경영"이라며 "왜 금융지주사만 정답인 것처럼 얘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정도만 그룹 체제를 형성하고 있을 뿐, 각 금융 분야에서 전문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투자은행 분야에서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생명보험에서는 메트라이프와 뉴욕라이프, 손해보험에서는 올스테이트와 스테이트팜, 카드 분야에서는 비자와 마스터,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할 뿐 다른 영역에 침투하려는 생각은 거의 품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다각화를 추진했던 씨티그룹과 BOA 등이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증권, 투자은행 등의 분야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자 섣부른 다른 분야 진출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지주 체제를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현재의 금융지주 체제는 없는 것만 못 하다는 것"이라며 "회장과 행장의 겸임, 사외이사에 주주·직원 대표 참여, 이사회 논의절차 투명화 등 핵심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금융노조 차원에서 지주사 폐지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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