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재경컬럼]'민영화'와 '민자사업'의 덫에 빠진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리라는 사명을 받고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출범한 정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한 것이 '민영화'와 '민자사업'이다.

덩치만 크고 효율적이지 못한 공기업을 민영화해서 민간기업 이상의 경쟁력을 갖추게 하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공기업에 투입됐던 국민의 세금을 보다 건설적인 사업에 투자하는 한편, 민자사업을 활발하게 벌여 투자 활성화와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이루는 한편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것이 의도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제에 대해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시장의 원리에 맡기는 것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 '작은 정부'를 주창한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내세울 정도로 공기업 민영화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니 공기업 민영화는 과거의 모든 정부가 시도하기를 원했던 케케묵은 과제였다.

무엇보다 과감한 혁신보다는 국민의 세금과 정부의 지원에 기대어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고, 공공성을 취한다는 미명 아래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면서도 임금 인상과 성과금 지급 등으로 방만한 경영을 계속하는, 그리고 이 같은 공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인사를 승진시키거나 전문경영인을 임명하려고 하기는 커녕 정치권에서 보신을 위한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고 심지어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까지 연달아 터져나오는 것에 질려버린 국민들 또한 자신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민영화 되는 것에 대해 대대적으로 환영을 표했다.

이런 국민들의 지지 속에 이 대통령은 당선 후 의료보험을 비롯하여 대대적인 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여론과 야당의 반대에 막혀 공기업의 정상화보다는 공공성이 더 중요하게 인식된 의료보험, 수도, 전기, 가스 등 4개 분야를 제외하고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민영화와 관련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흑자를 내고 있는 '알짜배기 공기업' 인천국제공항, 코레일의 KTX부문 등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영리병원 도입과 한국전력 민영화 등으로 의료보험과 전기부문이 민영화돼 진료비와 전기세가 폭등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많은 이들은 적자투성이인 공기업들을 민영화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찬성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과 적자투성이의 코레일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KTX부문을 반대를 무릅쓰고 민영화하려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KTX 부문은 민영화가 아니라 임대식으로 빌려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얼마든지 운영해도 되는 것을 기어이 민간에게 개방하겠다고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것은 국가와 정부 소유 공기업이 맡고 있는 공공분야는 그만큼 국민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부분들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민영화가 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영화에 있어서 더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적자를 내더라도 의료보험 등 공공의 복리를 위해 국가가 반드시 민간에 개방하지 않고 지켜야 할 것이 있고, 이러한 관점에서 흑자까지 내는 기업이라면 민영화의 명분은 더 사라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정부는 민영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처럼 여기고 있지만 이로 인해 요금이 크게 올라 국민들의 삶에 고통을 주는 실패의 사례도 너무나 많은 것이 사실이다. KT(이전의 한국통신)는 민영화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뽑히고 있지만, 통신비가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게 올라 정부는 물론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 집단이기 때문에 냉정하게 말하자면, 공공의 복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리고 인상된 가격은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올 뿐이다. 또 민영화의 이유가 충분하더라도 혼자서만 똑똑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해와 설득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은 가운데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과 시장을 믿어도 너무 과도하게 믿고 있다. 정부가 절대선이 아니어서 정부 소유의 공기업에 국민들도 탄식할만큼 문제가 많지만, 기업과 시장도 절대선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아니 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라고 하는 삼성조차도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는 비리로 가득한 것이 현실이다. 탐욕으로 물든 인간 자체가 변화되지 않는 한,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이나 다를 것은 크게 없다. 물론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에게 넘어가면 공기업의 경영상태는 좋아지기는 하겠지만, 그러한 경영개선은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털어낸 돈에서 나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이나 국내의 기업 사냥꾼들이 공기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가운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여론을 무시하고 민영화를 강행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도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여기에다 정부와 지자체가 최근 활발하게 벌이고 있거나 추진하려고 하고 있는 다양한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도 서울메트로9호선(주)측의 난데 없는 지하철 9호선 요금 500원 인상으로 인해 갑자기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지하철 9호선 문제로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민자사업으로 건설된 우면산 터널까지 덩달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다른 멀쩡한 민자사업에 대한 불신까지 높아져, 앞으로 민자사업 진행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자사업은 정부의 투자로 건설·운영되던 도로, 철도, 항만, 하수시설 등 인프라(사회기반시설)를 민간이 대신하여 건설·운영하되 소유는 정부가 하는 것으로, 때로는 독소조항으로 수익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정부가 세금으로 일정 부분을 메워주는 MRG(최저운영수입보장)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 터널은 서울시가 운영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민자사업 10개 중 MRG가 적용된 유이한 2곳이다. 특히 이 두 사업에는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의 아들 이지형씨가 2008년까지 근무했던 맥쿼리가 대규모로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대통령과 측근 개입의 의혹까지 사고 있어 향후 정국을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맥쿼리는 이곳 뿐만 아니라 경남 마창대교,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서울~춘천 고속도로, 광주 제2순환도로, 대구 4차순환도로 등 과도한 통행료나 MRG 계약으로 논란이 된 곳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했으니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이 정부가 맥쿼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투자 확대와 기반 시설 마련, 일자리 늘리기 등을 목적으로 민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겠지만, 민자사업에 참여한 이들은 기본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노리고 사업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투자한 돈 이상을 회수하려 들기 마련이고, 그 결과 이용 가격이 비싸지고,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낀 국민들의 이용이 줄어들고, MRG 계약까지 체결한 경우에는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채워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다 공사비와 수요량, 운영수입 등에 있어서 부정이 개입돼 액수가 부풀려지면 세금을 내는 국민들만 눈덩이처럼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대신 민간투자자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손쉽게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투자비만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본전은 물론 플러스 알파가 굴러들어오는 황금알이니 여기에 정치적 이권이 개입될 여지가 충분하다. 결국은 이 같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던 민자사업의 문제가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으로 인해 터져나오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민영화와 민자사업이 이제는 이명박 정부에 덫이 된 듯하다. 그리고 이 정부는 현재 강행하고 있는 민영화와 민자사업을 전면적으로 멈추는 한편,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먼저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할 처지가 됐다. 또한 모든 의혹들이 낱낱이 규명되도록 특별감사도 추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의 세금과 관련된 일들인만큼 절대적으로 사회적인 공감대 아래서 민영화와 민자사업들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전보다 더 강력한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론의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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