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탓에 저축은행들이 쌓아야 할 추가적인 대손충당금이 3조원가량인 것으로 추산됐다.
대손충당금이란 회수가 안 될 위험을 고려해 대출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익용으로 운용하지 않고 쌓아두는 것을 말하는데, 완전히 부실화된 것으로 판명되면 대출자금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이 결과 8개 저축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5% 미만으로 나타나, 한때 `적기시정조치'(부실 우려 저축은행의 정상화 조치) 대상에 분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박선숙 의원이 금융감독원 문서검증에서 확보한 내부보고서 `저축은행 PF 사업장 실태조사 및 처리방안'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PF 대출 필요적립금은 2조9천849억원으로 집계됐다.
필요적립금이란 금감원의 PF 전수조사로 추산된 부실채권의 대손충당금에서 저축은행들이 기존에 쌓아 둔 대손충당금을 뺀 금액이다.
지난 2008년과 2010년 전수조사에서 발생한 필요적립금 가운데 3천375억원과 1조5천474억원씩 남은 상황에서 올해 1조1천억원이 추가됐다.
저축은행들이 전체 자기자본(5조1천억원)의 약 60%에 달하는 3조원을 추가 손실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지금까지 저축은행들의 자체 건전성 분류가 `엉터리'로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8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저축은행 PF 채권에 대한 전수조사를 세 차례 실시했으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이를 바탕으로 부실 채권을 장부가격의 50~90% 수준에서 사들였다. 총 액수가 5조5000억원가량이었다.
저축은행은 부실 채권을 높은 가격에 캠코에 팔 수 있었지만, 이 채권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팔았던 가격에 되사야 한다. 부실 저축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한꺼번에 쌓기가 힘겹기 때문에 잠시 캠코에 떠넘겼다가, 유예 기간 동안 충당금을 나누어 쌓은 뒤 이를 다시 사들이기로 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유예 기간을 3년으로 정했다. 그 결과 올해 말부터 내년 6월까지 1조8849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지만, 마감 시한이 가까워오자 유예 기간을 5년으로 연장했다. 2년을 더 늘려준 것이다. 이는 저축은행들을 배려해주는 것이라기보다는 유예 시한 동안 충당금을 다 쌓지 못해 저축은행들이 대거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경은저축은행의 경우 206억원의 필요적립금이 발생했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이 의심돼 지난 5일 영업정지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수조사에서 나타난 필요적립금은 85개 저축은행의 경영진단 결과 더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85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PF 대출의 건전성 분류 기준을 놓고 진단반과 저축은행 사이의 줄다리기가 치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건전성을 엄격히 분류해 저축은행이 최대한 충당금을 쌓도록 한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지만, 저축은행들은 당국이 정상적인 대출까지 부실로 분류하려 든다며 맞서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현 대주주들이 당국 요구대로 충당금을 쌓을 돈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못 쌓으면 경은저축은행처럼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PF 전수조사에서 부실이 대거 드러나면서 5개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져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분류됐다. 이 가운데 부산저축은행, 대전저축은행, 삼화저축은행 등 3곳은 결국 영업정지됐다.
올해 전수조사에서도 8개 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으로 분류됐다가 캠코에 부실채권을 매각하면서 조치를 모면했다. 그러나 경영진단 결과 충당금 적립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하반기부터 영업정지되는 저축은행이 대거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하다.
박 의원은 "8개 저축은행 가운데 과연 몇 곳이나 정상화할지 미지수"라며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 기간을 5년으로 늘려준 것은 `폭탄 돌리기'"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충당금 적립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면 저축은행 산업 자체가 궤멸할 우려도 있었다"며 "경영진단 결과 쳐낼 곳은 과감히 쳐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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