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판교 2개월 20% 입주··상가 없이 ‘썰렁’

병원.학원 부지 나대지, 신도시 생활권 형성 안돼

흙먼지가 뽀얗게 나는 도로를 질주하는 덤프트럭, 하얀색 안전모를 쓴 인부들로 북적대는 아파트 공사장, 완공했으나 불 꺼진 창이 더 많은 아파트...

입주를 시작한 지 두달이 다 되는 27일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는 아직 도시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채 어수선한 모습이다.

성남에서 57번 지방도를 따라 안양으로 향하다 보면 오른편에 서판교가 눈에 들어온다.

도로 아래로 펼쳐진 서판교 초입은 20층이 넘는 아파트 공사가 아직 한창이다.

대형 덤프트럭이 쉴새없이 공사장을 들락거리면서 도로위에 뽀얀 흙먼지를 내뿜고 있어 대낮에도 차선 분간이 쉽지 않다.

도로 옆에 내걸린 '판교 아파트 입주를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어 한참을 들여다봐야 글씨를 알아볼 정도다.

서판교 초입에서 5분여 가량 안쪽으로 들어가면 확 트인 공간에 예쁘게 채색된 아파트들이 군데군데 눈에 보인다.

행정구역상 분당구 운중동인 이곳에는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5개 아파트가 말끔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새 아파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동감은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단지 사이에는 상업시설 용지가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에 맞춰 멋진 상가가 들어서 있어야 할 이곳은 경제한파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민간 개발업체마다 공사를 중단하거나 시작조차 하지 않아 황량한 벌판으로 남아 있다.

입주가 비교적 빨랐던 S아파트 광장에는 채 치우지 못한 이삿짐 쓰레기들이 곳곳에 쌓여 있고 각 동 현관은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서인지 좀처럼 열릴 줄을 모른다.

이달 말까지 371가구가 입주 예정인 이 아파트는 103가구밖에 입주하지 않아 각 동마다 비어있는 집이 더 많다.

이런 사정은 주변 아파트들도 마찬가지여서 N아파트는 49가구, R아파트는 132가구, P아파트는 77가구, L아파트는 51가구가 입주해 5개 아파트의 입주율은 29.7%에 머물러 있다.

동판교에서 입주가 진행중인 P아파트는 20%, E아파트는 16.9%의 입주율을 보이는 등 이날까지 판교 전체 아파트 입주 가구는 818가구로 입주 예정가구의 20%에 지나지 않는 저조한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입주민이 없다보니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많다. 서판교 아파트에 입주해 있는 주민들이 음료수라도 사먹을 수 있는 곳은 S아파트 앞 상가 1층에 있는 작은 슈퍼마켓뿐이다.

주변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지 않아 먹을거리를 장만하려면 10여분 넘게 차를 타고 분당까지 나가야 한다.

슈퍼마켓 주인 이모(41)씨는 "낮에만 간혹 손님이 올 뿐 밤에는 거의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10시 이전에 가게 문을 닫는다"며 "입주민이 많아져야 장사가 잘 될텐데 우리도 정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음식점과 마트는 물론 은행과 학원, 병원과 약국도 없어 모든 것을 분당에 의존해야 하지만 승용차가 없으면 분당까지 나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운중동에서 분당 서현역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지만 한번 타려면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역, 강남 등을 오가는 광역버스도 1월 한달 가량만 운행하다 손님이 없어 적자가 계속되자 이달 초부터 아예 운행을 중단해 버려 서울 출.퇴근자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치원과 학원이 없는 것도 자녀를 둔 입주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내달 2일 판교에서 개교하는 낙생.산운.운중.성남송현 등 4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 원생을 모집하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 등의 수요를 채우기는 부족하다.

낙생초등학교 관계자는 "3-4세 유아반과 5세 이상 유아반에 아직도 절반 정도 자리가 남아 있지만 입주가 모두 끝나고 나면 병설유치원만으로는 유치원생을 다 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판교신도시에는 내달 초 4개 초등학교와 3개 중학교가 문을 열지만 학생수가 예상보다 적어 학년당 1학급씩만 운영된다.

일단 초등학교 한 곳당 담임교사 6명, 교장.교감.교과전담교사 각 1명 등 총 9명의 교사가, 중학교는 학교당 10명의 교사가 배정돼 내달 2일 개교 준비를 하고 있다.

서판교 R아파트에 이틀 전 입주한 최모(43.여)씨는 "중학교에 딸아이를 입학시켰는데 주변에 학원도 한 곳 없어 걱정"이라며 "분당에 있는 학원에 보내려 해도 판교에 학원생이 적어 학원버스가 오지 않는다고 하니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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