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1월부터 상업은행 예금과 동일한 법적 지위 부여
- 10년 개발에도 보급 지지부진하자 ‘금융 혜택’ 승부수
중국 인민은행이 내년 1월부터 공식 디지털화폐(디지털 위안화)에 이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민간 결제 플랫폼에 밀려 지지부진했던 보급률을 끌어올리고, 디지털 위안화의 법적 지위를 일반 예금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루레이(陸磊) 인민은행 부행장은 중앙은행 산하 매체인 파이낸셜뉴스(財經報) 기고문에서 “상업은행이 운용하는 디지털 위안화 지갑 잔액에 대해 일정 수준의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치는 2014년 프로젝트 출범 이후 10년 넘게 지속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에서 가장 큰 제도적 변화로 평가된다.
디지털 위안화가 단순 ‘결제 수단’에서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예금형 자산’으로 성격이 확대되면서, 법적·기술적 위상이 상업은행 예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격상된다.
▲ 활용 저조 속 이자 도입…채택률 높이기 위한 ‘유인책’
디지털 위안화(이하 e-CNY)는 지난 수년간 20여 개 성·직할시에서 시험 운용됐지만, 국민 생활 속 확산은 더뎠다.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기술기반 민간 결제망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이자 지급형 전환’을 이용자 확대를 위한 직접적 인센티브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중국 5대 국유은행의 요구불예금 금리가 0.05% 수준에 불과한 만큼, 실질적인 금리 유인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들이 높은 저축률 속에서도 신용·대출 활동을 줄이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디지털 위안화가 체감적 매력을 확보하기 위한 ‘보완장치’인 셈이다.
▲ 국제 결제망 ‘mBridge’ 차질…대외 확장은 정체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자국 내 결제 효율 제고뿐 아니라 국제 결제 인프라의 독립성 강화 수단으로도 활용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이 홍콩 중심의 다자간 프로젝트 ‘mBridge’에서 철수하며 국제화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철수 배경으로는 러시아 제재 회피 가능성 및 달러 시스템 약화 우려가 지목됐다.
이로 인해 중국의 디지털 통화 국제화 전략은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인민은행이 9월 상하이에 디지털 위안화 운영센터를 새로 설립하며, 블록체인 기반 해외 결제 및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병행 구축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된 대응으로 풀이된다.
▲ 금리인하·저성장 속 중앙은행의 디지털 실험 가속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 혁신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장기 저성장 국면과 통화정책의 한계가 존재한다.
잇단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는 저축을 늘리고 기업은 투자·차입을 줄이며 실물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디지털 통화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혁신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10월 발표한 차기 5개년 계획에서 “디지털 위안화의 안정적 발전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통화 정책, 결제 시스템, 데이터 기반 금융 서비스 강화 등 정책 방향이 일제히 디지털 전환과 맞물리고 있다.
▲ 공식 통화 중심주의 vs 민간 스테이블코인, 상이한 질서
이번 조치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민간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중심 실험을 확대하는 추세와 대조적이다.
중국은 지난여름 일시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논의를 허용하는 듯했으나, 곧바로 투기·사기 및 금융 불안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했다.
현재 중국 내에서는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총 3.48억 건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누적 거래액은 16조7,000억 위안(약 2조383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당국이 기대하는 ‘국민적 결제 인프라 전환’ 수준의 확산으로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중국형 통화 디지털화’의 시험대
이자 지급형 디지털 위안화는 단순한 정책 실험을 넘어 중국 금융체계의 거버넌스 개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금리 조정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 기반의 새로운 저장·결제 기능까지 통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궁극적으로 이번 정책은 ‘글로벌 디지털 통화 질서’ 속에서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중심 모델과 다른 중국식 중앙집중형 통화혁신 모델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국민의 일상 사용률을 끌어올리고 기존 민간 결제 시스템과의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선 실질적 혜택 강화, 범용성 제고, 투명한 운영 체계 구축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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