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美 법원 AI 학습 공정 이용 인정..앤트로픽 일부 승소

장선희 기자

미국 AI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이 저작권자 동의 없이 책을 AI 학습에 사용한 행위가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생성형 AI 기술과 저작권 간 법적 공방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판결이다.

이는 향후 생성형 AI의 저작권 분쟁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판결 핵심 내용은?

25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의 윌리엄 알섭(William Alsup) 판사는 지난 24일 앤트로픽이 작가 안드레아 바르츠, 찰스 그레이버, 커크 월리스 존슨의 책을 AI 모델 ‘클로드(Claude)’의 학습용으로 사용한 것은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 알섭 판사는 “AI 훈련 과정은 기존 저작물을 단순 복제하거나 대체하기 위함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결과물을 생성하기 위한 ‘매우 변형적(transformative)’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술 기업들의 공정 이용 주장에 법원이 처음으로 힘을 실어준 사례로 평가된다.

공정 이용 원칙은 특정 상황에서 저작권 소유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앤스로픽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해적판 저장은 저작권 침해로 판단

반면 앤스로픽이 700만 권 이상의 불법 복제 도서를 중앙 라이브러리에 저장한 행위에 대해서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지적하며, 공정 이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오는 12월 손해배상 규모를 결정하는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고의적 저작권 침해 시 한 작품당 최대 15만 달러의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앤스로픽
[AP/연합뉴스 제공]

▲공정 이용 vs. 저작권 침해…AI 업계의 딜레마

앤스로픽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AI 학습이 창의성을 촉진하고 과학적 진보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저작권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해당 기업은 시스템이 책을 복사해 “원고의 글을 연구하고,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닌 정보를 추출하며, 배운 내용을 활용해 혁명적인 기술을 창출하기 위해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AI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자사 시스템이 원 저작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공정 이용이 적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AI 기업들은 그들의 시스템이 저작권 보호 자료를 공정 사용해 새로운 변형적 콘텐츠를 생성한다고 주장하며, 저작권 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강요받는 것이 급성장 중인 AI 산업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작가들은 AI가 자신들의 저작물을 무단 복제하여 경쟁 콘텐츠를 생성하고 있으며, 이는 생계를 위협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서 알섭 판사는 양측의 논리를 절충하며 “앤트로픽은 단순한 복제자가 아닌 창작자로 기능하려 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불법 경로(해적판)를 통해 자료를 확보한 것 자체는 공정 이용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선을 그었다.

저자들은 지난해 아마존과 알파벳의 지원을 받는 안트로픽이 허가나 보상 없이 그들의 책의 해적판 버전을 사용해 클로드가 인간 명령에 응답하도록 훈련시켰다고 주장하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 집단소송은 작가, 언론사 및 기타 저작권 소유자들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플랫폼스 등 기업을 상대로 AI 훈련과 관련해 제기한 여러 소송 중 하나다.

이번 판결은 생성형 AI 학습과 저작권 문제에 대한 미국 연방법원의 첫 공정 이용 판단 사례로, 향후 오픈AI,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AI 기업들이 연루된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AI 학습 자체는 공정 이용이 될 수 있으나, 자료 수집 방식은 적법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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