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이슈인 문답] 윤 전 대통령 내란혐의 정식 재판, 사법·정치 모두 분기점

김영 기자

헌정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내란 혐의 재판
법치와 권력의 경계 시험대

지귀연 판사가 주재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이 정식 재판 절차에 돌입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은 공소장 송부 이후 심리 개시를 확정했으며, 향후 수개월간 장기 재판이 예고된다. 헌정질서와 권력분립의 경계가 법정에서 다뤄지는 초유의 사례로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전 대통령
▲ '첫 정식재판' 중앙지법 들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 왜 내란 혐의가 적용됐나

내란 혐의는 국가의 기본질서를 폭력으로 전복하려 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중대 범죄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특정 국정조치를 통해 헌정질서를 침해했다고 판단하며 형법 제87조를 적용했다. 이 조항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1980년 5·17 관련 사건 이후 내란죄가 고위공직자에게 적용된 전례는 거의 없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적 해석 여지가 큰 만큼, 이번 사건이 사법 판단의 중립성과 정치적 책임의 경계를 새로 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형사법학회는 2024년 말 보고서에서 내란죄 적용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엄격한 법리 검토를 권고했다.

국제 비교 측면에서도 특이하다. 독일과 프랑스의 헌정 재판제도에서는 국가 전복 시도에 준하는 물리적 행위가 입증돼야 내란죄로 인정되며, 정치적 결정만으로는 기소가 어렵다. 국내 헌법 전문가들은 이번 재판이 정치행위와 내란의 경계를 구분하는 새로운 법적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한다.

◆ 재판 절차와 향후 쟁점은 무엇인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5월 중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증거 조사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대통령기록관 문서와 청와대 참모진 진술 등을 근거로 헌정질서 침해의 구체 행위를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변호인단은 정상적 국정 수행을 내란으로 해석한 것은 위헌적 기소라며 반박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통계에 따르면 내란 관련 사건의 평균 심리기간은 1년 6개월 이상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은 2024년 분석 보고서에서 대통령 권한 행사 관련 사건의 경우 헌법소원 병행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 또한 헌재와의 권한 다툼이 병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판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 대통령 권한남용의 법적 한계를 규정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헌법학회는 헌정사상 전례 없는 사안인 만큼 판결이 향후 헌법 교과서적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판결이 확정될 경우 헌법 개정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정치적 파장은 어디까지 미칠까

정치권에서는 이미 대선 구도와 맞물린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사법 판단을 정치 보복으로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야당은 헌정 회복의 기점으로 평가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선거법상 피고인 신분의 전직 대통령 재판은 유권자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갤럽이 4월 10~12일 전국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재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8%, ‘정치적 의도다’는 응답은 34%였다. 정치학자들은 이러한 의견 분열이 사법 신뢰와 민주주의 성숙도 간 상관관계를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재판이 향후 선거 일정과 충돌할 가능성에 대비해 공직자 발언 지침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4월 보고서에서 사법적 판단이 정치일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헌정질서 안정화를 위한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 사법 신뢰는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법원 내부에서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전원합의체 회부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전직 대통령 재판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심리 공개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럽사법훈련네트워크(EJTN)는 스페인 전직 수반 기소 사건을 분석하며 법원 투명성이 민주주의 신뢰 회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사법행정학회는 2025년 1월 논문에서 재판 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판결 결과보다 더 큰 민주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24년 법원행정처의 사법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2%가 ‘재판 공개 확대’를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번 재판은 한 개인의 법적 책임을 넘어 권력의 한계를 법치로 규정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판결 확정 이후 헌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의 분리 여부가 새롭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요약: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재판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안으로, 헌정질서와 권력분립의 경계를 법원이 직접 다루는 중대한 사건이다. 검찰은 헌정질서 침해를 주장하고, 변호인단은 정치적 기소라고 반박한다. 정치권 공방과 사법 신뢰 논란이 맞물리며, 이번 재판은 권력의 한계를 법치로 규정하고 민주주의의 기준을 새로 세우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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