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배출가스 저감성능 담합' 벤츠·BMW 등에 과징금 423억원

이겨레 기자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기술(SCR)을 개발하면서 성능 일부 제한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나 4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4개사가 배출가스 저감기술을 개발하면서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행위(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23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벤츠에 207억원, BMW에 157억원, 아우디에 60억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의 경우 담합 관련 자동차가 국내에 판매되지 않아 시정명령만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벤츠 등은 2006년 6월 독일에서 개최된 SCR 소프트웨어 기능 회의 등에서 "질소산화물(NOx)을 항상 최대로 저감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이중 분사 방식을 통해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SCR 시스템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공급해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정화하는 장치다. 분사되는 요소수량에 따라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달라진다.

하지만 많은 양의 요소수를 분사하려면 요소수 탱크가 커야 하고, 요소수 보충 주기도 짧을 수밖에 없다.

제조사로서는 한 번 요소수를 넣어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 요소수 분사량을 줄일 유인이 있었던 셈이다.

구체적으로 4개사는 촉매 전환기 온도, 배출가스 질량 유량, 질소산화물 질량 유량, 매연저감장치(DPF) 재생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요소수 분사 방식을 질소산화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필레벨(Fill-Level) 모드에서 저감 효과가 그보다 약한 피드포워드(Feed-forward) 모드로 전환하기로 했다.

오랜 시간 도로를 주행하면 대체로 피드포워드 전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질소산화물은 자동차 엔진이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주로 형성되는 독성가스로 오존, 산성비 등의 원인이며 천식, 호흡기 이상, 폐 기능 저하, 폐 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개사는 합의 내용이 반영된 SCR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경유 승용차를 제조, 국내외에 판매했다.

공정위는 "4개사의 행위는 더 뛰어난 질소산화물 저감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유 승용차의 개발·출시를 막은 경쟁 제한적 합의"라며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상품의 종류·규격을 결정하는 것은 사업자의 혁신 유인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합의 결과로 탄생한 SCR 소프트웨어 기본기능은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3개사의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불법 조작 사건, 일명 '디젤게이트'가 발생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담합으로 만들어진 기본기능이 한층 악의적으로 변형돼 디젤게이트에 쓰였다는 설명이다.

디젤게이트는 폭스바겐 등이 환경부 규제 인증을 위한 주행시험에서는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도록 하고 실제 주행 때는 연비 절감을 위해 저감 장치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아 질소산화물이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되도록 한 사건이다.

신동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요소수 보충 주기가 늘면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 '연구개발(R&D)에 관한 각사의 합리적 경영 판단으로 볼 수 있지 않나' 등 질문에 "개별적으로 판단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 다같이 하지 말자'라고 합의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담합"이라며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는 환경부가 아니기 때문에 '왜 최대치로 배출가스를 저감하지 않았느냐'를 문제삼는 게 아니라 '왜 최대치 저감을 위한 경쟁을 하지 않았느냐'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열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
▲ 신동열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독일 승용차 제조사들의 배출가스 저감기술 담합 행위 적발·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번 공정위 조치는 연구개발(R&D)과 관련한 사업자들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한 최초 사례이자 외국에서 이뤄진 외국 사업자 간 담합이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위법성을 입증한 사례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EU)과 튀르키예가 이들 회사의 친환경 기술 관련 담합을 제재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법 위반 행위에 대한 EU와 공정위의 판단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 벤츠(28.0%), BMW(25.4%), 아우디(9.3%), 폭스바겐(6.4%)의 점유율은 69%에 달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관련 기사

SK하이닉스, AI 솔루션 전문 미국법인 설립

SK하이닉스, AI 솔루션 전문 미국법인 설립

SK하이닉스가 AI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에 AI 설루션 전문 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HBM 등으로 축적한 AI 메모리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단순 메모리 제조사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설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29일 밝혔다. AI Co로 불리는 신생 회사를 통해 AI 역량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협업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AI 데이터센터 전 분야에 적용 가능한 설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20.1조원…메모리 최대 실적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20.1조원…메모리 최대 실적

삼성전자가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93조8천억원, 영업이익 20조1천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DS(Device Solutions)부문의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29일 밝혔다. 전사 매출은 전분기 대비 7조7천억원 증가한 93조8천억원으로 9%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7조9천억원 증가한 20조1천억원으로 65% 확대됐다.

현대건설, 미국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추진

현대건설, 미국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추진

현대건설이 참여하는 미국 텍사스 대규모 태양광 개발 프로젝트가 금융조달과 사전 공정을 마치고 본공사에 돌입했다. 현대건설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태양광 개발 프로젝트 ‘루시(LUCY)’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28일 밝혔다. 프로젝트 루시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한국중부발전,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EIP자산운용, PIS펀드 등이 참여하는 ‘팀 코리아’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SDT·KAIST, 양자컴퓨팅 공동 연구 협력

SDT·KAIST, 양자컴퓨팅 공동 연구 협력

양자표준기술 전문기업 SDT가 KAIST와 손잡고 양자 기술 발전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나선다. SDT는 KAIST 양자대학원과 양자컴퓨팅 기술 고도화와 공동 연구, 인력 양성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협약식은 지난 26일 대전 유성구 KAIST 본원에서 윤지원 SDT 대표와 김은성 KAIST 양자대학원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