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사용연한 지난 서방 원전 에너지난에 기사회생

함선영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발 서방의 에너지 위기 여파로 숨통이 끊기기 직전이었던 원전 수십 기의 수명이 세계 곳곳에서 속속 연장 수순을 밟고 있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일본 등이 현재 사용 연한이 지났거나 임박한 원전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 자금과 정치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벨기에는 2025년 중단 예정인 원전 2기의 가동을 2036년까지 연장하려는 방침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당초 올해 말까지 자국 내 모든 원전을 폐쇄할 계획이었지만 마지막으로 남아 가동 중인 원전 3기의 수명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놓고 정치권의 토론이 한창이다.

일부 독일 정치인들은 눈앞에 다가온 에너지난을 거론하며 이들 원전을 내년까지가 아닌 더 오랜 기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전력의 약 8%를 생산하는 디아블로 캐니언 원전 역시 가동 연장이 검토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24년 폐쇄가 예정된 이 원전을 최소 2029년까지 기한을 늘려 가동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영국의 경우 2028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원전들을 폐쇄할 예정이지만, 현지 원전운영사인 EDF 에너지는 자사가 소유한 원자로의 가동 연한을 20년 늘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전에 미온적이었던 일본 역시 현재 최장 60년인 원전의 운전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지난 24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아울러 운전 중단 상태인 원전의 재가동도 추진하기로 하는 한편, 원전의 신·증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원전 정책의 전환을 천명했다.

독일 남부 Isar 원자력 발전소
독일 남부 Isar 원자력 발전소 [AFP/연합뉴스 제공]

▲에너지난에 사용연한 다한 원전 수명연장

수십년의 설계 수명이 거의 다한 원전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세계적인 흐름에는 당면한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고, 금세기 중반까지 온실가스 제로 달성을 촉구하는 유엔 기후변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에너지가 필수적이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이 반영돼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각국과 일본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부과한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가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축소하자 올 겨울 난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또한 치솟은 가스가격에 각 가정의 에너지 청구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독일과 일본 등에서는 원전 반대 정서가 약해진 것도 서방의 원전 연장 흐름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가 자국에 있는 57기의 원전들을 원래 수명인 40년 후에도 계속 가동하기 위해 안전비용으로만 500억 유로를 책정하는 등 원전 수명 연장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이런 비용에도 불구하고 기존 원전을 계속 쓰는 것이 신규 원전 건설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점도 각국이 원전 가동 연장에 나서는 또 다른 요인이다.

아울러, 현재 프랑스가 14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과 체코, 폴란드 등도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실제로 원전이 착공돼 소비자가 쓸 전력을 생산하기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에너지 위기 속에 원전 연장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측면도 있다.

또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거의 하지 않아 2050년까지 '넷 제로'(탄소순배출량 0)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원전 수명을 늘리는 것은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대체 에너지로 교체하는 것보다도 비용이 더 싸게 먹힌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밝혔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자력발전소

관련 기사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연간 투자 73% 확대…주가 10% 급등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연간 투자 73% 확대…주가 10% 급등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Meta)가 인공지능(AI) '초지능(Superintelligence)'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내년도 자본 지출을 전년 대비 70% 이상 늘린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막대한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본업인 광고 사업의 견조한 성장세와 확실한 미래 가이드전스에 투자자들은 환호하며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구글, 中 '사이버 네트워크' 아이피디아 정조준…9백만 기기 차단

구글, 中 '사이버 네트워크' 아이피디아 정조준…9백만 기기 차단

구글이 수백만 대의 가정용 기기를 통해 운영되던 중국계 사이버 네트워크에 법적 조치를 취하며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아이피디아(Ipidea)’로 알려진 이 기업은 수상한 방식으로 사용자 기기를 프록시 네트워크에 편입시켜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글은 미국 법원의 명령을 통해 이들의 인터넷 도메인을 전면 차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AI에 37조 투자…클라우드 성장 둔화

마이크로소프트 AI에 37조 투자…클라우드 성장 둔화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상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 투자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매출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매출 성장세를 앞지른 비용 증가율로 인해 'AI 거품론'에

미 연준 기준금리 동결… 인플레 경계 속 고용 안정 주력

미 연준 기준금리 동결… 인플레 경계 속 고용 안정 주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현행 3.50~3.75%로 동결했다. 29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월 2일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발언은 급격히 냉각됐던 한미 통상 관계에 숨통을 틔워주

안드레센 호로위츠,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 투자

안드레센 호로위츠,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 투자

실리콘밸리의 거물 벤처캐피털(VC)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가 인공지능(AI) 기반 치과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한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Dentio AB)’의 프리시드(Pre-seed) 펀딩 라운드를 주도하며 초기 투자에 나섰다.

엔비디아, 코어위브 20억 달러 추가 투자

엔비디아, 코어위브 20억 달러 추가 투자

엔비디아가 자사 칩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코어위브에 20억 달러(약 2조 8천억 원)를 추가 투자하며 강력한 신뢰를 보냈다. 이번 투자는 최근 코어위브의 재무 구조와 사업 지연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