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싱가포르 제조업 부활…"비결은 정부 지원·자동화"

함선영 기자

아시아 금융허브인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 이례적으로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27%에서 2013년 18%로 8년간 계속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2020년 21%, 2021년 22%로 상승세다.

1965년 독립 이후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열대 섬 국가인 싱가포르는 성냥, 낚시바늘에서 포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제조업 드라이브를 지속해왔다.

이주노동에 의존하면서까지 제조업을 고수해왔던 싱가포르는 기를 쓰고도 한계에 달하자 아시아 금융허브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제조업을 되찾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싱가포르의 제조업 '마력(mojo)'을 짚었다.

실제 글로벌 제조업체의 싱가포르 행(行)과 추가 투자가 눈에 띈다.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새 공장을 지을 장소로 싱가포르를 택했다. 독일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실트로닉스, 대만 파운드리 업체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도 싱가포르에 새 공장을 짓고 있다.

비결은 바로 싱가포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자동화에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다국적 기업 지원을 위해 세금 감면, 연구 파트너십, 노동자 교육 보조금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의 우수한 인재 풀과 연구기관,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이유로 전기차용 생산센터 건설 방침을 밝혔다.

이에 헹 스위 킷 싱가포르 부총리는 "현대차 공장은 작은 면적의 토지와 적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며, 이를 통해 이전에는 싱가포르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제조 활동이 가능해졌다"고 화답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로봇 사용 등으로 생산 활동을 적극적으로 자동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일터와 일상생활에서는 로봇 사용이 널리 퍼져 있다.

건설현장은 물론 공장, 음식점, 도서관에서 책장 스캔하는 일까지 로봇이 사람을 대체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일자리 중 제조업 비중은 2013년 15.5%에서 2021년 12.3%로 떨어졌다. 이 기간 제조업 종사자 수는 8년 연속 감소했다.

GDP에서 제조업 비중은 높아지면서도 제조업 인구는 줄고 있는 셈이다.

LG유플러스, 5G 로봇으로 건설 현장 3D지도 제작 성공
LG유플러스, 5G 로봇으로 건설 현장 3D지도 제작 성공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직원 1명당 공장 로봇 숫자가 한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다만 싱가포르는 오랫 동안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제조업 종사자가 줄었어도 자국민 고용에 타격은 없었다고 WSJ은 소개했다. 지난 10여년 간 싱가포르의 실업률은 2%대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제조업 종사자는 줄고 있다. 싱가포르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작년 12월 기준 20만7천명으로 2013년의 28만1천명보다 크게 감소했다.

롤스로이스의 동남아시아·태평양·한국 담당 사장인 비키 반구는 "싱가포르는 자본·기술집약적이지만 노동집약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독일 백신 제조업체인 바이오엔텍은 작년 5월 인재가 많고 사업 환경이 좋은 싱가포르에 연간 수 억 개의 코로나19 백신 제조를 위한 새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10X지노믹스는 싱가포르의 인재 풀과 제조 전문 지식을 높이 평가해 싱가포르에 공장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WSJ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인력 차질에도 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생산 자동화가 글로벌 기업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고 짚었다.

싱가포르는 저가 제조업 대신 반도체 칩, 항공 전자 기기 등 고가의 첨단제품 생산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중국, 독일, 한국에 이어 세계 제 4위의 첨단제품 수출국이다.

WSJ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은 싱가포르의 제조업 성공 비결로 낮은 세금에 영어 구사 가능한 과학·공학·수학 전공 인력과 제조 관리자가 충분하다는 점을 꼽는다.

싱가포르가 지리적으로 아시아의 중심에 있어 원자재는 물론 관련 중간재를 쉽게 구입할 수 있을뿐더러 많은 국가와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점도 유리한 여건으로 꼽힌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싱가포르

관련 기사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연간 투자 73% 확대…주가 10% 급등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연간 투자 73% 확대…주가 10% 급등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Meta)가 인공지능(AI) '초지능(Superintelligence)'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내년도 자본 지출을 전년 대비 70% 이상 늘린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막대한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본업인 광고 사업의 견조한 성장세와 확실한 미래 가이드전스에 투자자들은 환호하며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구글, 中 '사이버 네트워크' 아이피디아 정조준…9백만 기기 차단

구글, 中 '사이버 네트워크' 아이피디아 정조준…9백만 기기 차단

구글이 수백만 대의 가정용 기기를 통해 운영되던 중국계 사이버 네트워크에 법적 조치를 취하며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아이피디아(Ipidea)’로 알려진 이 기업은 수상한 방식으로 사용자 기기를 프록시 네트워크에 편입시켜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글은 미국 법원의 명령을 통해 이들의 인터넷 도메인을 전면 차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AI에 37조 투자…클라우드 성장 둔화

마이크로소프트 AI에 37조 투자…클라우드 성장 둔화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상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 투자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매출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매출 성장세를 앞지른 비용 증가율로 인해 'AI 거품론'에

미 연준 기준금리 동결… 인플레 경계 속 고용 안정 주력

미 연준 기준금리 동결… 인플레 경계 속 고용 안정 주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현행 3.50~3.75%로 동결했다. 29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월 2일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발언은 급격히 냉각됐던 한미 통상 관계에 숨통을 틔워주

안드레센 호로위츠,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 투자

안드레센 호로위츠,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 투자

실리콘밸리의 거물 벤처캐피털(VC)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가 인공지능(AI) 기반 치과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한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Dentio AB)’의 프리시드(Pre-seed) 펀딩 라운드를 주도하며 초기 투자에 나섰다.

엔비디아, 코어위브 20억 달러 추가 투자

엔비디아, 코어위브 20억 달러 추가 투자

엔비디아가 자사 칩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코어위브에 20억 달러(약 2조 8천억 원)를 추가 투자하며 강력한 신뢰를 보냈다. 이번 투자는 최근 코어위브의 재무 구조와 사업 지연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 싱가포르에 240억 달러 규모 메모리 공장 건설

마이크론, 싱가포르에 240억 달러 규모 메모리 공장 건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싱가포르에 240억 달러(약 34조7000억원)를 투입해 대규모 신규 메모리 생산 시설을 건설한다.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려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