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코이카는 '崔 미얀마 압력' 무엇으로 버텼나…'시스템의 힘'

비(非) 외교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5월 KOICA 이사장에 취임한 김인식 이사장이 5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KOICA 본부에서 연합뉴스와 신년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5 [KOICA 제공=연합뉴스]

"ODA 사업, 원칙·절차·평가에 철저…타당성 낮으면 고사"

"개인적인 소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지난 27년간 구축한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의 시스템이 작동한 덕분입니다."(김인식 이사장)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최근 최순실 씨가 정부의 ODA 사업마저 먹잇감으로 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최 씨에 대한 '윗선'의 지원 압력에 끝까지 굴하지 않았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최 씨가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와 관련해 특정 업체를 대행사로 선정해 주는 대가로 회사 지분을 챙긴 정황이 특검에 포착된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KOICA 측은 "현지 실사를 거쳐 '부적합' 결론을 내렸으며, (이후) 위에서 여러 차례 지원하라는 압력이 있었지만 끝까지 버텼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한류 관련 기업을 현지에 진출시켜 신시장 개척, 한류 조성, 창조경제 진흥을 동시에 꾀한다는 목적 아래 민간 투자로 구상됐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자 KOICA를 통해 6천500만 달러(약 760억 원) 규모의 ODA 사업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코이카가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반대하고 현지 실사에서도 시장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최 씨는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 정부 최고의 '비선실세'인 최 씨도 이 사업만은 마음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KOICA 측은 ODA 사업의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시스템'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ODA 시행기관으로서 정부 정책의 기본방향은 존중하되 기본 원칙과 절차, 철학을 바탕으로 제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는 ODA 자금에 대해 ▲공적 기관이 제공하고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과 복지 증진에 기여하며 ▲양허성(concessionary) 차관을 제공할 때 시중금리보다 10%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동시에 갚지 않아도 되는 증여율을 25% 이상으로 정의한다.

KOICA는 이런 DAC와의 약속에 충실하면서 사업 발굴·형성→사업 형성·선정→예산심의→사업기획→사업수행 등의 절차를 철저히 준수한다. 타당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정부의 정책 의지와 상관없이 해당 사업을 고사시킨다는 게 KOICA의 원칙이다.

ODA 사업은 예산 비중이 높고 사업 파트너(정부부처 포함)가 많고 다양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입찰 계약을 수반하고 있어 집중적인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최 씨가 먹잇감 사냥에 실패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12~13일 인천 다문화 청소년 7명과 교사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봉사단과 함께 캄보디아에서 '2016 다문화 청소년 개발협력 현장 단기 봉사'를 펼친다. 사진은 봉사단이 11일 코이카 캄보디아사무소에서 사전 교육을 받는 모습. 2016.9.12 [코이카 제공=연합뉴스]

KOICA에 따르면 대표적인 ODA 정책 사업인 새마을사업은 지난 2011년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3년 뒤 지구촌 새마을운동 종합추진계획 등을 통해 무상원조사업으로 브랜드화했다.

KOICA는 개도국의 요청을 근거로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자체 심의, 외교부 무상원조 실행계획 심의,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유무상 통합 사업 심의, 기재부와 국회의 예산심의, KOICA 이사회 심의, 개도국 정부와 협정체결, 국내외 입찰 등을 거쳐 업에 착수했고 이후에도 중간평가, 종료평가, 사후평가 등을 실시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새마을사업은 OECD DAC의 동료평가(3년)를 비롯해 감사원 ODA 특별감사(2년), 감사원 해외공관 감사(매년), 국회의 국정감사 및 결산심의(매년), 기재부 심층재정평가(매년), 기재부 경영평가(매년), 국조실의 기획평가(매년), KOICA의 자체감사(수시) 등 끊임없는 평가와 감사를 받는다.

이 사업이 "유엔이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를 달성하는데 엄청난 원동력이자 콘셉트가 될 것"(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체계적 접근, 민주적 과정, 로컬 파트너십, 회복력의 강화, 주민들의 참여, 긍정적인 사이클의 생성이란 교훈을 얻을 수 있다"(시모나 마리네스쿠 유엔개발계획 사무총장) 등의 호평을 받은 것도 이런 시스템 덕분이다.

국제개발협력학회 회장을 역임한 손혁상 경희대 공공대학원장은 18일 "KOICA는 권력자들이 ODA 자금을 '눈먼 돈' 정도로 여기는 것을 막으려 체계적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더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 국제사회가 부러워하는 ODA를 실행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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