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칼럼] 관제데모부활과 민주주의의 쇠퇴

독재정치와 권위주의체제에서 우리는 관제데모를 숱하게 경험하여 왔다. 방대한 예산과 공권력을 가진 정부가 어용단체를 이용하여 정권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집회나 시위에 대응하는 반대집회를 개최케 함으로써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을 관제데모라고 한다. 시민이 중심이 되거나 자율적으로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에 의하여 주도되고 지원되며, 그 목적은 여론의 조작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관제데모가 민주화의 과정이 상당히 진전되고 참여민주주의가 확대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사라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이 구시대의 유물로 잊고 있었던 관제대모가 2014년 이 땅에 부활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검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정무비서실이 중심이 되어 전경련 간부, 재벌기업 임원 등이 참여하는 비공개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하여 집회의 주체, 일시, 장소, 지원단체, 지원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하여 왔다고 한다. 유력한 재벌기업이 몇개나 동원되고 소요된 자원도 70억 원이나 되었다고 하니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전형적인 정경유착이요, 권력의 남용이며,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통치권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하여 민심을 조작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이런 관제데모는 정상적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결코 발을 붙일 수 없다. 정치통제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고, 공권력 소지자들이 국민을 주권자로 두려워하면 이런 행태가 쉽게 나타날 수가 없다. 그런데 대통령직선제가 시행된 지 오래고 21세기도 한참 지난 오늘날 이런 관제데모가 권력의 중심부를 둘러싸고 부활하였다는 것은 정말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발전시킨 모범국으로 지목되어 어깨를 좀 펴고 다녔던 우리 국민들을 이렇게 우롱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사태가 발생한 기본적 원인과 책임은 대통령, 그리고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의 시대착오적 발상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권위주의체제의 낡은 통치스타일과 리더십으로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수준 높은 우리 국민들을 통치하려고 한 발상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부활된 관제데모가 이 땅에서 깨끗이 사라지는 날 한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이 부활하게 될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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