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러시아 IS 공습한 '진짜' 이유가 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가 IS 공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속내는 시꺼멓다.

지난 22일엔  70차례에 걸쳐 IS 점령지인 시리아 동부의 데이르에조르 지역 등을 맹폭했으며, 지난 9월 이후 러시아의 공습으로 사망한 시리아인 수는 총 1천300명 (IS 조직원 381명, 알카에다 547먕, 민간인 403명 등)에 이른다. 파리 테러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진압 중 숨진 경찰 군견을 대신할 어린 강아지를 프랑스 측에 선물하고, 공습용 폭탄에 "파리를 위하여"라는 글씨를 적는 등 국제군 간 협력과 단결을 의미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러시아가 진정 평화를 위해 중동에 총부리를 겨누는 것이라 생각하긴 힘들다. 러시아가 폭격한 지역 대부분이 IS가 아닌 반군이 활동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국가 대부분이 러시아의 의도가 IS 격퇴가 아닌,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의 수호에 있다고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는 시리아 정권 이양에는 동의했으나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관건은 러시아가 우리의 효율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전략적 조정을 할 지의 여부."라며 러시아가 태도를 확실히 할 것을 촉구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중동 지역에 손길을 뻗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러시아가 보여온 행보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2010년 초반 '아랍의 봄' 이전만 해도 러시아는 아랍국가와의 관계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미 미국이 중동 지역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장기적인 중동 전략을 수행해온 데다, 이미 대규모 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러시아는 자국 자원 개발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중동 정책을 추진할 유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냉전 시기 동맹관계였던 시리아, 리비아,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정도를 제외하면, 레시아의 중동 여행력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외 에너지 정책이 변화하며 외교 대상으로서 중동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러시아는 에너지 사업이 전체 세수의 50%, 총 수출의 70%, 국가 경제 전체에서 30%를 차지할 정도로 자원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2000년 전후엔 연간 6%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했으나, 2010년 중반에 들어 세계경제 불황과, 미국의 셰일가스 및 오일 생산의 본격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 및 서유럽의 경제 제재 등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자, S&P등 신용평가사는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에 돌입할 것을 예상하며,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중동 국가 지도부의 입지에 타격을 입힌 '아랍의 봄'은,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미국, 유럽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중동산 에너지 자원은 러시아와 수출 경쟁하는 관계라 볼 수도 있지만, 에너지 대국인 러시아나 중동 국가가 상대방의 에너지 자원을 굳이 내수용으로 수입할 가능성은 없다. 중동 지역과의 친선은 미국 및 유럽과 유리한 협상을 하기 위한 카드인 셈이다.

이는 중동 국가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이미 이란 등 많은 국가가 미국, 유럽의 경제적 제재로 고통을 받고 있어, 외교 채널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 많은 국가들은 러시아와 핵발전소 건설 협력을 맺길 기대하고 있으며, 이라크는 탄화수소 개발 부문에서 러시아의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석유 생산 영향력에 대응해 공조를 이룰 수도 있다.

이미 러시아의 IS 공습으로 중동 국가의 러시아 지지가 직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가장 동조하는 국가는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후견인인 이란이며, IS 사태로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진 이라크도 러시아를 환영하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 줄타기 외교로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이집트, UAE 역시 온건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수니파 국가는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으며, 터키 역시 변방의 쿠르드족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보단 미국 편에 서는 것을 선택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연간 투자 73% 확대…주가 10% 급등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연간 투자 73% 확대…주가 10% 급등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Meta)가 인공지능(AI) '초지능(Superintelligence)'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내년도 자본 지출을 전년 대비 70% 이상 늘린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막대한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본업인 광고 사업의 견조한 성장세와 확실한 미래 가이드전스에 투자자들은 환호하며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구글, 中 '사이버 네트워크' 아이피디아 정조준…9백만 기기 차단

구글, 中 '사이버 네트워크' 아이피디아 정조준…9백만 기기 차단

구글이 수백만 대의 가정용 기기를 통해 운영되던 중국계 사이버 네트워크에 법적 조치를 취하며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아이피디아(Ipidea)’로 알려진 이 기업은 수상한 방식으로 사용자 기기를 프록시 네트워크에 편입시켜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글은 미국 법원의 명령을 통해 이들의 인터넷 도메인을 전면 차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AI에 37조 투자…클라우드 성장 둔화

마이크로소프트 AI에 37조 투자…클라우드 성장 둔화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상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 투자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매출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매출 성장세를 앞지른 비용 증가율로 인해 'AI 거품론'에

미 연준 기준금리 동결… 인플레 경계 속 고용 안정 주력

미 연준 기준금리 동결… 인플레 경계 속 고용 안정 주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현행 3.50~3.75%로 동결했다. 29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월 2일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트럼프 “한국과 해법 찾을 것”…관세 인상 철회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발언은 급격히 냉각됐던 한미 통상 관계에 숨통을 틔워주

안드레센 호로위츠,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 투자

안드레센 호로위츠,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 투자

실리콘밸리의 거물 벤처캐피털(VC)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가 인공지능(AI) 기반 치과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한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Dentio AB)’의 프리시드(Pre-seed) 펀딩 라운드를 주도하며 초기 투자에 나섰다.

엔비디아, 코어위브 20억 달러 추가 투자

엔비디아, 코어위브 20억 달러 추가 투자

엔비디아가 자사 칩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코어위브에 20억 달러(약 2조 8천억 원)를 추가 투자하며 강력한 신뢰를 보냈다. 이번 투자는 최근 코어위브의 재무 구조와 사업 지연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 싱가포르에 240억 달러 규모 메모리 공장 건설

마이크론, 싱가포르에 240억 달러 규모 메모리 공장 건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싱가포르에 240억 달러(약 34조7000억원)를 투입해 대규모 신규 메모리 생산 시설을 건설한다.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려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