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폭스바겐 사태로 불거진 독일 경제 약점..대규모 실업에 지역갈등 불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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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독일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독일, 통일 후 이룩한 화려한 성장... 하지만 그 뒷면은

한때 독일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통일 이후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재정여력이 약화돼 2000년대 초반까지 경제 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동서독을 합쳐 8천 명이 넘는 인구로 유럽 내 내수 시장 규모 1위를 차지했고, 동독의 젊은 인구가 유입돼 인구 구조 고령화도 지연할 수 있었다.

구동독 지역이 발전하며 명목 GDP도 1991년 1.5조 유로에서 2013년 2.7조 유로로 약 80% 상승했으며, 평균 GDP 성장률은 2.8%로 통일 전의 1.2%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

통일 이후 정치적 리스크가 축소되자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도 크게 확대됐으며, 2000년대 이후 유럽 재정위기가 발발하자 독일 경제의 안정성이 재부각 되면서 독일 국채 가격이 크게 상승하기도 했다. 구동독의 저임금∙고학력 노동력은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노동 비용 상승률이 급등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했다. 1997년 부터 2008년까지독일의 노동비율 상승률 평균은 2.0%로  유로존 평균값인 2.9%보다 낮았다.

고용이 늘어남에 따라 구동독 지역의 경제∙생활 여건도 개선되었고, 베를린을 제외한 구동독 지역 1인당 GDP는 통일 이후 연평균 5.5%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는 구서독 지역과 비교했을 때 약 67%나 성장한 것이었다. 구동독 근로자 급여와 가계 소득도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가계당 가처분 소득이 2000년 1만 2,931유로에서 2013년 1만 7,439유로로 32%나 증가했다.

그러나 구동독 지역 재건에 들어가는 통일 비용은 여전히 독일의 재정을 옥죄고 있다. 독일 정부가 당초 예상한 통일보용은 독일 GDP의 1.5%였으나, 실제로는 GDP의 4%가 지출되었으며, 예상보다 오랜 기간 거액의 비용을 지출하다 보니 최근엔 바이에른주나 헤센주 등 일부 지방 정부가 재정 부담이 불공평하다는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베를린과 브레멘을 제외한 구동독 지역 제정은 여전히 구서독 지역에 비해 여전히 산업 기반이 열악하다.

동서독 간 지역 불균형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급격한 사유화와 구동독 지역 인구 유출로 인해 구동독 지역 대기업이 서독으로 이전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동독 지역 대기업 수는 1988년엔 145개였으나, 2012년엔 고작 7개밖에 남지 않았다. 같은 기간 구동독 인구는 1,460만 명에서 1,270만 명으로 감소했고, 구서독으로 이동한 주민 수는 121만 명에 달했다.

이는 지역산 실업률 격차로 이어졌는데, 통일 이후 구서독 지역 실업률이 6~9%에 머무른 반면, 구동독 지역 실업률은 10~18%의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독일 정부가 구서독과 구동독 화폐 통합 비율을 1:1로 결정한 탓에 초기 구동독 기업의 상품 판매와 수출이 부진해 대규모 기업 도산으로 이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구동독지역 주민으로선 억울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스캔들.. 묻어둔 동서 갈등을 자극할지도

폭스바겐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자동차 독일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처의 빅 3라 불리는 벤츠, BMW, 아우디 모두 배출가스 및 연비 조작과 관련된 논란에 휩싸여 있으며, 해외 대학에 연구팀에 의해 허용기준이 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는 유럽 자동차 산업 전반이 침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고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독일 자동차 산업은 엄청난 수의 실업자를 양산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독일 실업률은 6.4%로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숙련 노동력 감소가 사회 문제로 거론될 정도다. 하지만 폭스바겐 사태를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 폭스바겐의 새 CEO 마티아스 뮐러는 폭스바겐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실적이 우수한 회사로 탈바꿈시킬 것이라 공약했으며, 독일 해고제한법은 일반해고를 준수해 고용주가 사용자의 고용조건을 임의로 낮출 수 있다. 사용자 집단을 이루는 건 대부분 서독 출신 인사들이고 노동자 집단 대부분은 동독 출신이다. 여기에 최근 독일 정부는 노동력 보충을 위해 시리아 난민 80만 명의 이주를 받아들인다고 공약했다. 폭스바겐 사태가 지역 및 노동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구동독 지역 주민에겐 통일 독일의 시민이라는 심리적 소속감이 부족하다. 2010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독 지역 가운데 자신을 독일인이라 여기는 사람은 고작 25%에 불과했으며, 통일 독일이 구 동독 시절보다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59%에 달했다. 이는 구 동서독 지역 간 생활 수준 불균형이 나타나 구동독 지역 주민이 2등 국민이라는 상실감과 패배감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독일은 분단 국가 통일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지만, 그 속내엔 여전히 서독 출신의 일방적 헤게모니와 승자적 관점이 존재한다. 이는 정치와 행정, 학문과 언론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난다. 알게 모르게 소외된 구 동독 출신들은 '오스탈기'란 정서에 집착한다. 오스탈기는 오스텐(동쪽)과 노스탈기(향수)의 합성어로 '동독 시절에 대한 향수'를 의미한다. 그들에게 동독은 잃어버린 조국이며 공동체의 기억과 경험이 남아있는 대상이다. 여기에 계층적 강등이 더해진다면 스페인의 카탈루니아 지방, 이탈리아 남부지방에 못지 않은 분리독립 움직임이 형성될 수도 있다. 기껏 이룬 통일이 도루묵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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