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역대 '포프 모빌' 변천사... 피아트에서 벤츠와 페라리를 거쳐 현대∙기아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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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지구 최고의 남자 중 한 명이다. 종교적 지위에서 말이다.

제임스 본드와 배트맨, 아바타의 제이크 설리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남자들은 그들의 '탈 것'까지 관심을 받기 마련이었다. 자동차 회사들은 교황이 이동할 때마다 과연 어떤 브랜드 차를 타고 나타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교황이 선택한 '최고의 차'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다.

본래 교황에겐 '세디아 제스타토리아(Sedia Gestatoria)'라는 전용 가마가 부여되었다. 이 가마는 화려하게 비단으로 장식된, 팔걸이가 달린 의자로 양 쪽에 금도금한 나무 막대가 달려 12명이 인부가 양쪽에 붙어 교황이 이동하는데 도움을 줬다. 현대에도 신임 교황 대관식에 사용되었만, 교황 바오로6세 때 봉건시대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박물관에 소장된 뒤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1929년 전만 해도 교황은 차를 타고 나타난 적이 거의 없었다. 당시 이탈리아는 독재자 무솔리니가 정권을 잡았고, 교황은 무솔리니를 지지하는 대신 바티칸의 독립을 약속받았으나 신도를 만나러 외부로 나가긴 힘들었기 때문이다.

 

피아트 525모델
피아트 525모델

259대 교황 비오 11세가 주로 탑승했던 승용차는 이탈리아제 피아트525였으나 1930년부턴 메르세데스 벤츠 뉘르베르크 460 모델에 탑승했다. 이 차는 교황 전용으로 제작돼 지붕과 인테리어에 비둘기 문양 자수가 있었다. 또한 뒷좌석 버튼을 통해 교황이 운전 기사에게 직접 지시를 내릴 수도 있었는데 우회전과 좌회전, 가속, 혹은 공관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할 수 있었다.

 

링컨 콘티넨탈
링컨 콘티넨탈

262대 교황 바오로 6세는 좀 더 다양한 차량에 탑승했다. 1965년 달 착륙에 성공하고 돌아온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을 위해 열린 뉴욕 퍼레이드 행사에선 링컨콘티넨탈에 탑승했고, 이후 메르세데스 300D와 시트로엥SM에 타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300D는 뒷편에 경호원이 탑승할 수 있도록 접이식 의자가 추가 설치됐고, 시트로엥은 퍼레이드를 위해 회전수가 낮은 기어를 설치하는 등 교황 전용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피아트에서 제작한 지프
피아트에서 제작한 지프

1973년 피아트에서 제작한 지프에 탑승했을 땐 암살 시도로 인해 복부와 양 팔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후 교황 전용차량은 일반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안전과 보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흔히'교황차'로 불리는 '파파모빌(Papamobile)'이 등장한 것은 이때부터다.

 

벤츠와 레이랜드에서 제작한 포프모빌
벤츠와 레이랜드에서 제작한 포프모빌

포드 D 시리즈, 메르세데스 벤츠, 레인지로버, 레이 랜드 등 수많은 회사가 포프모바일을 생산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선 처음으로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군중에게 자신의 모습을 잘 보이도록 포드 트럭을 변형시킨 것이 시작이었으며, 교황이 몸을 드러내는 부분을 방탄유리로 둘러싸 총격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했다. 교황청은 교황 순방시 경계수위와 거리, 이동 속도 등을 고려해 각각의 용도에 맞는 차량을 선택한다.

 

페라리를 타고 퍼레이드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페라리를 타고 퍼레이드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최초로 페라리를 타고 퍼레이드를 한 교황 역시 요한 바오로 2세였다. 1988년 이탈리아 마라넬로의 페라리 공장을 방문한 교황은 일반적인 퍼레이드 차량 대신 페라리 몬디알 커버터블을 타고 나타났다. 페라리 창업자 엔초 페라리는 이 차량을 교황에게 기증하겠다고 요청했지만, 교황은 대신 이 차를 경매한 수익금을 인도네시아 쓰나미 피해자에게 기부할 것을 제안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 포프모빌은 다시 한 번 크게 바뀌었다. 벤츠와 링컨 등 고급차 대신 도요타, 이스즈, 기아, 현대, 랜드로버 등 작고 실용적인 차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차량 선택 기준을 '겸손함'으로 잡으며 "신부나 수녀들이 최신차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화려한 차가 다고 싶다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아이가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것을 떠올려보라."라고 말했다.

 

현대 산타페에 탑승한 프란시스코 교황
현대 산타페에 탑승한 프란시스코 교황

현대자동차는 2009년 교황 전용 뉴 i10을 제작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세계 금융위기 상황에서 정치인과 종교지도자들은 작은 차를 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적인 이 문서는 사실 만우절 장난이었고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5년 뒤 교황은 2014년 현대 산타페를 타고 나타났으며, 2015년엔 해외 순방 중 기아 세도나와 소울에 탑승했다. 현대자동차의 '진담 반 농담 반' 개그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도 교황은 피아트의 소형차 500L에 탑승했다.그는 앞서 방문한 쿠바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여객기 안에서 "내가 전하는 경제적 평등과 기후 변화에 관한 대응 방안은 모두 교회의 가르침 안에 있는 것"이라며 유별난 소형차 사랑에 종교적 신념이 있음을 내비쳤다.

 

프란시스코 교황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사용한 피아트500L
프란시스코 교황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사용한 피아트50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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