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백색증과 다운증후군을 극복한 패션모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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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증 환자이자 모델인 '나타샤 쿠마로바'
백색증 환자이자 모델인 '나타샤 쿠마로바'
백색증 환자이자 모델인 '나타샤 쿠마로바'

신의 저주, 알고 보니 그냥 병일 뿐

'증후군'이란 질병의 증상이 단일하지 않고 그 원인이 불분명할 때 쓰는 용어다. 특정한 질병이나 현상을 지칭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 질환 역시 증후군의 조건에 부합한다. 흔히 쓰이는 다운증후군이나 클라인펠터 증후군, 백색증 등도 발생 원인을 특정하지 못해 증후군이란 범주로 묶고 있다.

대부분이 희귀 질병인데다 발병 원인도 알 수 없었던 탓에, 예부터 증후군을 앓는 환자는 신의 미움을 산 불길한 존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증상이 외적으로 드러나는 백색증이나 다운증후군 같은 경우, 인간적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온갖 박해와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현대 의학이 발달한 덕에 증후군이 저주가 아닌, 염색체나 심리적 문제에서 발생한다는 점이 밝혀지자 그들은 평범한 '장애인'이 될 수 있었다. 장애인애 대한 차별과 편견 역시 존재하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에 비하면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백색증과 다운증후군을 극복한 패션 모델들

일부 외모적 특색을 가진 증후군 환자는 그것을 장점으로 살려 모델로 데뷔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모델로 활동 중인 '나타샤 쿠마로바'는 백색증 환자이지만, 창백한 피부와 흰색에 가까운 머리색, 투명한 눈동자 등을 자신만의 외모적 강점으로 살려 인기를 얻었다.  

백색증은 멜라닌 합성이 결핍되어 발생하는 선천적 유전 질환으로 흔히 알비노 증후군으로 알려져있다. 백색증 환자는 자외선을 막는 멜라닌 색소가 적어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눈에 들어오는 빛을 조절하지 못해 시력감퇴 증상이 나타나 사실상 시각장애인과 다름없는 시력인 경우가 많다.

백색증 환자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주는 건 신체적 특징만이 아니다. 과거 아프리카에선 백색증 환자를 백인과 간통한 증거로 여겨 가혹하게 탄압했고, 현재도 백색증 환자의 신체를 주술에 이용하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미신이 퍼져 있다. 백색증 환자를 습격해 팔다리 등 신체 일부를 잘라 비싼 값에 거래하는 등 강력 범죄가 횡행하며,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탄자니아에선 백색증 환자를 노린 '사냥'이 증가할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운증후군 환자이자 아동 모델인 '코니'
다운증후군 환자이자 아동 모델인 '코니 로즈'

최근엔 다운증후군 환자가 모델로 데뷔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호주 브리즈번 출신 18세 소녀인 '매들린 스튜어트'는 쉽게 살이 찌는 다운증후군 환자의 체질에도 불구하고,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량을 늘리는 등 노력을 한 끝에 패션 모델로 유명세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23개월이 된 영국 소녀 '코니 로즈' 역시 다운증후군 환자이지만 모델 에이전시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아동 모델로 데뷔했다.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를 남들과 달리 3개 가져 나타나는 현상으로 비만과 둥근 얼굴, 낮은 코, 좁은 코 등 특징정 외모가 나타난다. 지능 발달도 더뎌 초등학교 6한년 수준에 머물고 심장 및 순환계 질병으로 인해 수명이 짧은 경우가 많다. 동양인을 멸시하던 시절엔 외모적 특징을 비하해 '몽골병'으로 부르기도 했다.

다운증후군은 백색증과는 달리 지적 능력 부족으로 사회활동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메를린의 어머니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를린이 아기였을 때만 해도 이 아이가 생애에서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그때와 지금은 매우 달라졌다."라고 말했으며, 코니의 어머니 역시, "코니의 모습을 통해 다운증후군 아이가 얼마나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수 세기 동안 계속된 다운증후군에 대한 편견에 도전 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시도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돌이켜보면 인종차별과 우생학이 공공연하던 시절 흑인과 황인종이 당했던 수모도 이들에 대한 편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58년만 해도 유럽에선 기형아나 돌연변이 희귀병 환자, 인종이 다른 외국인을 잡아 가둬 전시하는 인간 동물원이 존재했고, 이들이 죽으면 해부해서 박제하기까지 했다. 일제시대 동경박람회에서 조선인을 신기한 동물처럼 전시한 사례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무지의 산물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편견에 대한 떠돌아다니는 금언 중 "편견이란 실효성이 없는 의견이다."라는 말이 있다. 편견은 멀쩡한 사람도 환자나 병자처럼 만들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증후군'으로 묶어 둔 사람들도 편견 없는 사회를 만난다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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