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월)

재경일보

LG의 어색함... 탈권위를 강요하는건 권위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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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인사하며 어색하게 웃는 LG생활건강 직원들

 

주먹인사하며 어색하게 웃는 LG생활건강 직원들
주먹인사하며 어색하게 웃는 LG생활건강 직원들


☐ 한국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특유의 탈권위적 이미지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청소부와 주먹 인사를 나누는 이 사진은 그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진은 지난 2012년 미국 대선 기간 중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업로드한 것으로, 국가 수장의 격의 없는 모습이 인상적이란 평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 사례 외에도 그는 노점상 직원이나 시민들에게 격의 없이 인사를 건네고 장난도 거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주먹 인사는 피스트 범프, 혹은 '브로 피스트'라고도 하며, 19세기 후반 야구 등 스포츠 선수들의 인사 방법이 대중화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는 친구나 동료끼리 우정을 나누는 비격식적인 인사로 쓰인다. 다만 국내에선 21세기 초반만 해도 다소 불량배나 힙합 뮤지션들이나 사용하는 다소 '날티나는' 행동으로 여겨졌고, 현재도 많이 사용하는 인사법이 아니다.

그런데 이 인사법을 적극 도입하려는 기업이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 말부터 직장 동료간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 정착을 위해 엘리베이터 이색 인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쪽 문에 붙어 있는 인사법 안내문엔 '손뼉 마주침 인사', '옆사람과 인사'와 함께 '오바마의 주먹 인사'도 적혀있다. 같은 건물에 근무하는 직원끼리 서로 잘 모르더라도 선후배 구별없이 친절하게 인사하자는 취지다. 엘리베이터 한쪽 벽엔 오바마 대통령과 청소부가 주먹을 맞대는 모습이 크게 걸려있고, 그 아래엔 "권위를 내려놓자 품격이 올라갔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탈권위를 강요하는건 권위적 행위가 아닌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주먹 인사를 나누는 임직원은 그리 많지 않다. 모르는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탈 땐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는데 그치며, 면식이 있거나 친한 사원 끼리도 목례나 손인사를 할 뿐이다. 선후배 간, 상사와 부하 간 주먹 인사는 더 찾아보기 어렵다.

LG생활건강은 대기업 중 일찌감치 유연근무제와 정시퇴근제를 도입해 조직문화가 열려있는 회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정서에 맞지 않는 캠페인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동회사에 근무하는 한 사원은 "엘리베이터 다른 사람과 타게 되면 꼭 친절하게 인사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긴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탈권위 하자는 캠페인이 사원에겐 '불편한 권위'로 인식되고 있는 거다.

눈에 보이는 캠페인에 치중하기보단 조직 하부에 의견까지 받아들이는 '진짜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지점에 근무하는 한 사원은 "비합리적 소통구조로 좋은 아이디어와 전술이 묵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치놀음에 창의력과 열정이 허비되는 건 경영진이 말하는 탈권위와 거리가 있지 않은가."라고 의견을 밝혔다.

LG생활건강은 경영 이념으로 '인화'를 강조해왔으나, 조직 내부에선 보수적, 비합리적 업무 행태로 불만을 표하는 임직원 수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조직이 너무 타성에 젖어 신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지 못한다. 결재 라인도 너무 길고 느리다.", "합병으로만 회사 크기를 늘릴게 아니라 직원이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아모레 퍼시픽처럼 장기적이고 적략적인 플랜을 세워야 한다."라며 회사의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 LG생활건강, 사원에게 탈권위 요구하기 전에 경영 마인드부터 바꿔야

24일, LG생활건강이 구내 유선전화를 철거하고 임직원 핸드폰을 인터넷 전화를 쓰자고 발표하자, 임직원은 사측의 독단적 처사라며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원 개인정보 침해 우려와 불명확한 공/사 구분, 무선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허비되는 데이터 요금 등이 불쾌하단 거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계의 권위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상하원 의원이나 공무원, 혹은 공공단체 직원에게 권위를 내려놓을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았을 뿐이다. 만약 LG생활건강이 진정한 탈권위를 이루고 싶은 거라면, 어느 선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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